강호순.
그의 이름 석자는 대한민국에서 삼척동자도 다 안다. 8명의 부녀자를 무참히 죽인 연쇄 살인범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여성들의 귀가시간이 한층 빨라졌고 그동안 잠잠했던 사형제도의 찬반논쟁이 불을 붙고 있다.
최근 영어에세이를 입시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는 외고의 출제경향을 살펴보면 시사문제 출제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는 수험생들의 시사문제 관심 정도와 살아있는 영어에세이 실력을 테스트하고 싶어 하는 외고 입시관계자들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학생 대부분 감성적 접근”
필자는 일선 학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매주 한 토픽씩, 그 주간에 가장 눈길을 끈 영자신문 사설을 골라 수업시간에 에세이를 쓰도록 한다. 한번은 20여명의 부녀자를 처참히 죽인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사건을 계기로 존폐논쟁이 뜨거웠던 사형제도를 그 주의 토픽으로 정해 학생들에게 에세이를 쓴 뒤 토론을 벌이게 했다. 학생들의 에세이는 감성적 접근 그 자체였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끔찍한 흉악범을 도저히 살려둘 수 없다” “사형집행을 통해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사형찬성론과, “죄는 미워하지만, 인간은 미워할 수 없다” “인간이 인간을 죽일 수 없다”는 천부인권론과 함께 사형반대론을 펼쳤다.
“구체적 사례, 통계수치 인용해야”
필자는 2007학년도 고양외고 국제화 전형 영어 에세이 문제를 학생들에게 주면서 두 번째로 에세이를 쓰도록 했다. 범죄학수업을 통해 사형제도 반대로 돌아선 한 대학생이 통계수치를 토대로 자신의 친구에게 사형제도의 찬반을 묻는 12줄짜리 서간문 형식으로 출제된 문제를, 학생들은 자신의 추상적 관념을 구체적 실체로 접근해갔다. 12줄에 불과한 짧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사례와 통계수치를 좋아하는 미국인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걸핏하면 흥분부터하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일부 우리 정서와는 비교된다.
“영자신문 사설 통해 프로 라이터 글솜씨 익혀야”
필자는 세 번째로 사형제도 존폐를 두 차례 다룬 코리아 타임즈의 사설(2007년10월11일자 Capital Punishment, 2008년1월1일 Death Penalty)을 학생들과 강독했다. 사설에서 1. 한국은 1997년12월 23명이 처형된 이후 지금까지 10년 이상 단 한차례의 사형집행이 없어 국제사면위원회(AI)로부터 사형폐지국으로 지정됐다. 2. 현재 133개국에서 사형을 폐지했고 유엔 등 국제기구는 인권을 내세워 사형집행국에 대해 조속한 사형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3. 한국에는 현재 58명의 사형확정 판결수가 있다 등을 인용했다.
사설은 여기에 “No one has the right to take away another's life given from heaven"(천부인권론)이란 격언을 들며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1997년까지 998명을 처형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형제도가 있어도 흉악범의 증감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연구결과와, 연쇄살인범 유영철에게 어머니와 아내, 아들을 잃은 고정원씨가 ”진정한 평화는 용서에서 나온다“는 유가족 발언 까지 인용해 사형제 폐지를 촉구했다.
“채점자 감동 주는 5% 수험생 되길”
필자가 외고 영어에세이 기출문제와 영자신문 사설을 인용해가며 구체적 사례와 통계수치, 권위 있는 연구기관이나 신문인용 등을 강조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추상적인 호소, 감성적 접근에 그치는 다른 수험생과 영어에세이에서 월등한 점수를 얻어 여유있게 합격의 기쁨을 만끽하라는 뜻이다. 외고 등 특목고는 지원자의 20% 정도가 합격하고 나머지 80%는 불합격의 쓴 잔을 마신다고 한다. 남들과 비슷한, 천편일률적인 에세이를 제출하고 합격하길 바라는가? 채점자가 감동하는 5%의 수험생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 시간 동안 고생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썼다고 자부하는 자신의 에세이가 쓰레기 통으로 직행하는 70-80%의 그저 그런 학생이 안됐으면 좋겠다.
신현훈
영어 에세이 강사
서울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공채기자로 입사, 사회부 국제부 체육부 등을 거쳤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샌디에이고(UCSD)에서 국제정치학 석사를 받았다.
지금은 일선에서 특목고, 국제중 지망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에세이를 가르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