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린이집에서 8년간 교사로 근무를 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전집과 책을 보았고 또 하루 한번은 꼭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었으니 많은 동화책을 접했지요.

지금은 7세 여아, 5세 남아를 둔 주부입니다. 교사로서 책을 접할 때와 엄마가 되어 책을 접할 때의 느낌은 좀 다르더군요.

자연이 성큼 책을 처음 접하면서 제일먼저 눈에 들어온 점은 모서리 처리였습니다. 그것은 작은 감동이었습니다. 교사생활을 할 때도 아기 반을 맡을 때면 책의 모서리를 교사가 일일이 테이프를 붙여 동그랗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작은 부분까지 생각을 하는 것을 보고 아이들의 안전까지 생각한 섬세한 배려를 느꼈습니다. 아이들의 안정적이지 못한 행동이 모서리에 베이거나 상처가 날 수 있지요. 저의 눈이 출판사를 한번 찾아보게 되더군요. 이런 것은 부모의 입장이 아니면 잘 모를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저는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오기 전에 제가 한번 쭉 훑어보았습니다. 섬세함과 감동은 아주 많은 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맨 첫 장을 넘기면 엄마, 아빠 고마워요에는 추위를 견디며 서 있는 펭귄과 함께 왜 모여있을까요?란 질문을 던지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이끌어 냅니다.

힘내라 넓죽이에는 넓죽이와 넓적 사슴벌레가 싸우는 장면이 담겨져 있습니다.내가 가장 무서울걸에도 질문을 던지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이끌어 냈네요.

그리고 한 장을 더 넘기면 글을 써주신 분과 그림을 그려진 분의 이력이 나오지요. 여기서도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춘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책에서 작가님의 이력으로 어필을 한다면 자연이 성큼 책에서는 아이들의 눈높이로 아이들의 감성에 어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어 책을 쓰신 김상효 작가님은 ‘어린 시절 이불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며 봤던 <죠스>의 마지막 장면을 잊을 수가 없어요.’라고 써주셨네요. 우리 아이에게 “이 글을 쓰신 작가 아저씨도 어렸을 대는 상어를 많이 무서워 하셨대.”로 시작해서 읽어 주었어요. 늘 감정표현이 풍부한 우리 아이는 “엄마, 정말?”하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껌벅껌벅 이네요.

사슴벌레 책을 쓰신 이효진 작가님은 어린이 책을 쓰고 편집하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고 쓰신 글을 보고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도 아이들도 각자의 서로 다른 감동과 호기심을 안은 채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먼저 엄마아빠 고마워요는 펭귄의 책과 제목의 상이함이 느껴졌어요. 그러나 읽어가면서 인간 이상의 펭귄의 부모로서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적인 사진과 부연설명, 그리고 멍청하리만치 새끼를 감동으로 키우는 펭귄의 모습은 인간보다 경이로워 보였습니다.

수컷이 짝사랑할 때 내는 울음소리, 마음에 드는 짝을 만나면 고개를 맞대고 함께 고개를 들면 짝이 되겠다는 뜻이라는 내용과 함께 그들의 이동은 시작되어 두 달 동안 해가 비추지 않는 어둠속에서 먹지도 않은 채 알을 품는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저에게도 놀라움과 감동과 경이로움이었습니다

내가 가장 무서울 걸에서는 상어의 크기를 비행기보다 작고 버스보다 크다고 적고 버스와 자동차로 비교해 놓은 것에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들의 생각 크기를 아이들의 입장에서 잘 정리한 것이 눈에 띄더군요. 우리 아들도 “진짜 이렇게 커?”하며 장난감 자동차 7대를 쭉 늘어놓아 보더군요. 그리고 우리 아들은 상어의 이빨에 유독 관심이 많더군요. 상어의 이빨을 실물로 종류별로 찍은 사진은 많은 노력이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힘내라 넓죽이는 쭈르르 또는 따다다닥 등 의성어에서 아이들이 재미와 흥미를 많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읽어보고, 또 읽어주면서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은 넓죽이가 허물을 벗는 것을 보고, 로봇이 변신하는 것 같다며 놀라워했습니다. 그리고 애벌레가 참나무 집을 뽀독뽀독 북북 갉아먹고 라는 글 옆에 크게 애벌레의 턱을 설명과 함께 보여 주어서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워하더군요.

사슴벌레가 알에서 또 짝짓기를 해서 1년 뒤 알을 낳을 때까지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재미있게 풀이되어 참 좋았습니다.

참나무 집을 먹고 똥을 아주 많이 누었다는 설명에서 우리 아들이 유독 흥미를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똥, 방귀 이런 얘기만 하면 너무 좋아하잖아요.

자연이 성큼의 세심한 배려는 큰 줄거리가 끝나고 알아두기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목요연하게 더 알아보기, 종류, 이모저모로 표시된 곳에서는 많은 정보가 들어있더군요. 7살의 우리 딸은 부연설명과 뒷장까지 꼼꼼히 흥미롭게 읽더군요. 정말 많이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하셨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를 미소짓게 하는 마지막 한 장.

어머님께로 시작하는 글은 참 마음을 훈훈하게 했습니다. 집필과정과 하나의 사진을 찍기 위해 고생한 흔적, 그리고 아이들이 이 책들을 통해 배웠으면 하는 점까지 적어놓으셨더라고요.

이 마지막 장을 읽으며 책 한 권, 한 권에 많은 노력과 애정을 쏟으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글을 읽지 못하는 아들에게 마지막 장까지 읽어주었고, 딸에게도 읽도록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책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걸로 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만들어진 줄은 모르니까요.

5세 아들은 책을 읽는 내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 정말?”을 되풀이 합니다. 자연을 접할 기회가 흔치 않은 저희 아들은 집안에 파리 한 마리만 들어와도 오두방정을 떠는데 이 책 세권은 우리 아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습니다.

사실적인 사진과 재미있는 말풍선, 그리고 아이들이 쓴 듯한 예쁜 글씨체...... 모두가 아이들에게 흥미를 주었고 책의 완성도를 높인 것 같습니다. 5세 아들은 그림 위주로 온갖 의성어, 의태어와 함께 소리를 지르며 읽고, 7세 아이는 꼼꼼히 읽더군요.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먼저 생각한 책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흐뭇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자연에 관한 책을 보고 그리고 작가님의 이력을 보고 책 표지를 보고(상어와 사슴벌레가 톡 튀어나올 것 같더군요.) 감동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마지막 어머님께로 시작된 글도......

주말엔 이 책을 가지고 자연으로 아이들과 함께 떠날 생각이에요. 사슴벌레를 상어를 볼 수 없을 지라도 자연이 성큼 다가와 있겠고, 아이들의 꿈속에서 그리고 자연으로 가는 내내 자연이 성큼 책은 우리 아이들 손에 내내 들려 있을 거예요. 닳고 닳아 찢어지고 망가지기도 하겠죠. 그래도 늘 자연이 성큼 책은 아이들에게 자연을 선물해 줄 겁니다. 시멘트 건물 속에도 자연이 성큼 다가온 기분이에요.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꿈꿀 수 있도록 좋은 책 많이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