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이들의 재잘거림 속에 어린이집의 아침이 열렸습니다.
살짝 내리는 빗줄기에 장화, 우산, 비옷까지 챙겨 입고 등원하는 햇살친구들의 아이다운 모습을 보며 행복함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 만큼이나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또 있을까요.
아침 햇살에 아른거리는 나뭇잎 사이로 소곤대는 그 순수한 천사들을 매일 바라보며, 저는 다시 한번 행복한 사람이구나, 생각합니다.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한없이 바라보다가 문득, 옛날 일이 생각이 납니다. 저도 아직 어렸을 때 말입니다.

그 당시에는 핵가족이 일반화 되어있어 아이를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지금과는 달리 어른들은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 저 먹을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 ”

이 말은 지금 생각해보면 농경시대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아동을 어른과 동일시 하며 강한 훈육과 체벌로 교육, 아동을 단지 노동력으로 인식하던 시대의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아이로 바라보지 않고 가혹한 삶의 테두리 안으로 밀어 넣어 생각하던 바로 그 때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인식도 다행히 근대화와 민주화의 시대를 거치며 아동은 어른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며, 또한 보호와 교육으로 성장토록 해야 한다고 인식하게 됩니다.

이른바 자유주의 교육, 민주주의 교육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자유주의 교육, 민주주의 교육 이 두 단어는 말은 비슷하지만 내용과 결과에선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지금, 이 두 교육의 차이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 대부분의 가정은 외동이나, 형제를 양육하고 유아의 모든 행동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며 기죽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부모들은 유아의 행동이나, 태도에 행동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외적인 환경의(교육시설, 사회, 친구) 영향이라고 믿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유아의 인격형성에 있어 그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은 유아와 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부모의 훈육 태도에 기인합니다.

예전에 어린이집에서 클래식 전문 연주자를 초청해 부모님과 함께 음악회를 열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연주회 말미에 악기와 지휘를 체험해보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아이들은 신기한 악기와 멋진 분위기에 매료되어 체험을 원하는 친구들 중 몇몇이 연주자들의 도움을 받아 연주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휘봉을 잡은 아이들 중 유난히 쑥쓰러움이 많던 000이는 고개를 숙이고 움직이지도 않았습니다. “ 저요 저요 ” 소리치며 그렇게 원하던 체험 기회를 잡고도....

그렇게 연주회가 완전히 끝나고 저는 000에게 물어보았습니다.
“000아 네가 원하던 기회였는데 왜 그랬니? 다음엔 멋지게 해보자“
그런데 옆에 계시던 000이 어머님이 말씀 하십니다
”원장님! 아니에요. 우리 000이 얼마나 잘했는데요. 잘했다. 000아 잘했어“

자유주의 교육과 민주주의 교육을 혼동한 어머님의 훈육태도는 다른 선택의 기회에서도 ‘일단 얻고보자’는 식의 교육방식을 아이에게 심어주고 있던 것입니다. 즉, 이 교육은 자신의 행동에 있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교육적 신호를 000이에게 전하는 것이지요.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육하는 교육자의 입장에서 이 같은 000이 엄마의 훈육방식을 쉽게 받아들일수 없습니다. 과연 옳은 것일까요?
000의 인성에, 그리고 앞으로 이 아이가 만들어 나갈 인생관에 지금 오늘의 이 경험이 과연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까요?

반면 민주주의 적인 교육이라면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만약 그렇다면 000이에게 이렇게 말해 줄 수 있겠지요
“000아 부끄러웠니? 그래도 친구들에게 양보 받은 기회인데 다음엔 네가 선택한 기회에선 꼭 해보자!”
저는 그 아이가 변할것임을 확신하고, 또 앞으로 펼쳐질 이 아이의 인생에 있어 커다란 방향을 결정해 줄수 있는 작은 시금석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들을 천천히 살펴보지 않더라도, 원에서 똑같은 교육을 받는 아이들 일지라도 부모님들의 훈육 태도에 따라 친구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민주적인 친구로 성장하고 반대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 것이 학부모와 연계교육을 통해 아이의 교육적 목표를 극대화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교육의 기본은 올바른 행동에 대한 약속을 정하고 그 약속을 지켜나가는 과정이며 교육기관에서는 올바른 행동에 대한 칭찬으로 그 행동이 학습되고 강화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론, 거듭 강조하지만 이는 가정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민주적인 아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아이의 노력과 의지가 필요한 것은 물론 가정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의 책임보다는 나의 책임을 먼저 생각하고 이웃을 배려하는 부모님들의 긍정적인 생각이 우리의 아이들을 민주적인 아이들로 성장시킨 다고 말입니다.

가끔씩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서도, 아니면 실생활에서 살아가다 보면 가끔 민주적이지 못한 어른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눈쌀을 찌푸리고 사회는 그만큼 더 어두워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민주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적인 토대를 교육기관은 물론 가정에서도 조성해 준다면 우리 사회는 더 밝아지지 않을까요.

자유주의 교육에 대한 민주주의 교육이 승리하는 그 날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 더 밝아지고 환해지는 ‘기쁨의 날’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