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당 강구범 선생의 기증으로 설립된 기당미술관은 서귀포시 외곽의 남성마을에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었따. 산기슭에 있어 사람의 발길은 뜸했지만 소박한 공간 곳곳에 기품이 넘쳤다.

기당미술관에서는 제주 출신의 걸출한 화가 두 사람의 그림을 만날 수 있따. 1980년데 민중미술로 이름을 떨쳤던 강요배의 '바리메의 유골'은 1층에, 변시지의 작품들은 2층에 전시되어 있다. 두화가 중 내 마음을 좀 더 강렬하게 붙든 것은 변시지 화백이었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변시지 화백은 오랫동안 일본에서 활동하다 서울대 교수직을 제안받고 한국에 돌아왔으나 오로지 인맥과 연줄로만 평가받는 한국 화단에 진저리를 낸 후 고향으로 돌아와 작품 활동에만 전념했다. 그의 작품세계는 생존 작가 중 가장 한국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황갈색의 색채와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도드라진 필선을 강조한다. 사람과 말,파도가 등장하며 흙과 바람,돌을 연상시키는 그의 강인한 화풍은 제주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제주도에서 가장 제주다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