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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책 | 가습기살균제의 진실, 정부에 의해 묻히나

등록일 2013-04-1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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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아동, 노인 등 무려 112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의 진실을 정부가 의도적으로 숨기려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국회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등 복수의 관계자에 의하면 폐손상조사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으나 복지부가 이에 반대했다. 또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CMIT와 MIT 성분의 흡입독성을 인정해 지난해 9월 유독물질로 지정해서 관리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접수 및 관련조사를 총괄하는 보건복지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 진상규명을 위한 폐손상조사위원회와의 의견충돌로 질병관리본부 측 관계자를 제외한 나머지 조사위원 전원이 사퇴의사를 밝혀 조사위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내 해치마당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사진전에서 시민들이 피해자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내 해치마당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사진전에서 시민들이 피해자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기태 기자 [email protected] ⓒ베이비뉴스

 

앞서 지난 4일에 진행된 회의에서 질병관리본부와 폐손상조사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대상으로 폐 섬유화 증상을 면밀히 조사하기 위해 폐 CT(컴퓨터단층촬영)검사 등 후속 조사를 벌이겠다고 보건복지부에 보고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폐 CT 검사 등 추가 보완조사에 대해 반대하며 현재까지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조속히 진행시키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폐손상조사위 위원들은 “지금 파악된 자료만으로는 사례의 기본적인 분류조차 어렵기 때문에 더 이상의 활동은 무의미하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 측 관계자를 제외한 나머지 조사위원 24명 전원은 일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지난 11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진영 복지부 장관에게 보냈다.

 

의학·환경보건학·환경독성학 등 관련분야의 전문가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 질병관리본부 직원 등 26명으로 구성된 폐손상 조사위원회는 그간 정부와 시민단체로 접수된 피해사례 357건을 대상으로 가습기살균제와 폐질환과의 연관 여부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5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나 제대로 된 진상규명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복지부 해당 부서 담당자는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관한 내용은 질병관리본부를 통해서 들으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질병관리본부 담당자는 “조사위는 좀 더 면밀하게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복지부에 예산을 지원해 달라는 것이고, 그것이 위원회의 역할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반면 복지부에서는 현재까지 조사된 결과를 가지고 판정하고, 원인을 찾았으니 폐 손상에 대해서는 화학물질을 환경부에서 더 조사할 필요 있지 않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보건복지부는 질병에 대한 원인 규명을 하는 곳이고, 유해물질(원료)에 대한 것은 환경부가, 제품에 대한 것은 산업통상자원부(구 지식경제부)가 맡는 것이 맞다”며 “복지부는 책무에 따라 원인미상 폐질환에 대해 접근해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등 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작 공산품을 관리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는데 가장 큰 책임은 제품을 관리하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 측은 정부가 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뱃속의 아기와 아내를 같이 잃고 직장도 그만둔 피해자 안아무개(부산 거주) 씨는 “법적 근거가 없는데 조사위원회는 왜 구성하고, 피해신고는 왜 받았냐?”며 “대한민국 정부에 몇 천만 원이 없어서 수백 명이 죽고 다친 사건을 조사도 안한단 말이냐? 이게 나라냐?”라고 울분을 토했다.

 

임신부, 아동, 노인 등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 제품들의 사진.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임신부, 아동, 노인 등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 제품들의 사진. 이기태 기자 [email protected] ⓒ베이비뉴스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부인을 잃은 피해자 최아무개(경기 수원 거주) 씨는 “당시 인수위원회 직원이 우리가 전한 피해조사 및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공문을 받아갔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하면서 국민생활안전을 공약하지 않았느냐”며 “대표적인 생활용품 안전사고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피해실태조사마저 안하는 것이 복지부장관의 뜻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냐”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9일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CMIT(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과 MIT(메틸이소치아졸리논) 성분이 지난해 9월 환경부 지정 유독물질로 등록돼 있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도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 부처 간 서로 다른 결론을 낸 데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환경부가 복지부에조차 따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과 함께 지난 9일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사례의 제품별 정밀분석’ 결과에 따르면, CMIT, MIT 성분제품에서 환자 40건, 사망 18건으로 총 58건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사례로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2월 2일 질병관리본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CMIT, MIT 성분 제품에서는 폐섬유화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내용과 상반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장하나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CMIT, MIT 성분이 든 제품들의 흡입독성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하려 했는데, 환경부는 이미 지난해 9월 CMIT 계열의 흡입독성에 대한 부분을 인정하고 유독물질로 지정해서 관리하고 있었음에도 관보에만 이를 게재했을 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의원은 “환경부는 분명히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얼마나 고통 받는지 인지하고 있었으면서 적극적으로 피해자 구제에 나서야 할 당국이 오히려 문제를 축소한 게 아닌지 묻고 싶다”며 가습기살균제에 대해 철저한 역학조사와 대책마련을 실시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민주통합당 이언주 의원은 오는 24일 오후 진영 장관 면담을 갖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피해보상과 폐질환 조사위원회 정상화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과 시민단체 측은 장관 면담이 지금 당장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은 12일 성명서를 발표해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및 환경운동연합은 정부가 하루 속히 피해신고사례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며 “오는 15일 12시에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피해자들이 참가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들의 입장을 밝히고, 월요일 중으로 진영 복지부 장관 면담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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