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한복판에 가습기 문제가 서 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게 정부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단 하나도 책임지는 게 없다. 이 문제가 반드시 현 정부에서는 해결될 거라 믿고 싶다. 우리의 희망이다. 우리를 더 이상 이곳에 불러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가습기살균제로 폐 손상을 입은 딸의 아빠인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대표인 강찬호 씨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촉구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드러난 게 3년째다. 그동안 너무 힘들어 인터뷰도 거절했던 피해자들을 설득해 인터뷰도 진행하고 이 사건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려왔다”면서 “그럼에도 해결된 게 없다. 이제는 더 이상 피해자들을 힘들게 거론해 언론에 이야기하는 것도 그만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강 씨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가족도 책임져야 하고 지금도 아픈 환자를 돌보고 있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은 직장으로 가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여기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행히 환경운동단체들이 함께해서 매주 월요일 광화문 한복판에서 일인시위 등을 진행하며 그나마 계속해서 목소리를 알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과 함께 진행된 일인시위는 어느덧 184회차, 330일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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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장하나 국회의원, 환경운동연합, 서울환경운동연합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 실시와 제품독성 재평가 실시, 기업 형민사상 징벌적 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email protected] ⓒ베이비뉴스 |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장하나 국회의원, 환경운동연합,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피해 정밀추가조사를 조속히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환경부와 공동으로 CMIT/MIT 성분제품을 포함해 조사되지 않은 모든 가습기살균제품에 대한 독성평가를 실시하고, 해당제품을 판매 제조한 기업에 대해 ‘형사 및 민사상 징벌적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제도와 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와 원인미상 폐손상과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질병관리본부와 시민단체가 추천한 의학, 환경보건학, 환경독성학 등 관련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폐손상조사위원회’의 조사위원이 최근 전원 사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와 폐손상조사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대상으로 폐 섬유화 증상을 면밀히 조사하기 위해 폐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등 추가보완 조사를 벌이겠다고 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복지부에 수차례 보고했으나 복지부가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추가 보완조사는 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
이에 조사위원들은 “지금 파악된 자료만으로는 사례의 기본적인 분류조차 어렵기 때문에 더 이상의 활동은 무의미하다”며 일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지난 11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사퇴의견서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가해기업을 상대로 한 형사고발과 손해배상소송이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기다리겠다며 기소 중지되거나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벌어진 조사위원의 전원사퇴 소식은 박근혜정부 출범에 문제해결의 기대를 걸어온 피해자들을 참담하게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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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장하나 국회의원, 환경운동연합, 서울환경운동연합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 실시와 제품독성 재평가 실시, 기업 형민사상 징벌적 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email protected] ⓒ베이비뉴스 |
또한 지난 9일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CMIT(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메틸이소치아졸리논) 성분이 지난해 9월 이미 환경부 지정 유독물질로 등록돼 있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에 대해서도 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복지부는 사망을 포함한 다수의 피해신고가 추가로 들어왔을 때 재검토를 해야 했고, 환경부는 독성을 확인했을 때 복지부에 알렸어야 했다”며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엉터리 기업프렌들리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것인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들은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더는 지켜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분노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과 함께 지난 9일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사례의 제품별 정밀분석’ 결과에 따르면, CMIT/MIT 성분제품에서 환자 40건, 사망 18건으로 총 58건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사례로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제품은 애경의 가습기메이트, 이마트의 PB제품 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 GS리테일의 PB제품 함박웃음 가습기세정제, 다이소의 PB제품 산도깨비 가습기퍼니셔 등 4종이다.
이는 지난해 2월 2일 질병관리본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CMIT, MIT 성분 제품에서는 폐섬유화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내용과 상반되는 부분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2011년 이 사고가 발생되기까지 전국적으로 매년 20여종의 가습기 살균제가 연간 60만병 판매됐다. 어린이와 노약자, 산모가 있는 가정 대부분이 가습기를 쓰는데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사람이 전국적으로 연간 800만 명에 이른다는 것이 질병관리본부의 추산”이라며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시민단체와 정부에 신고 접수된 사례 359건의 피해신고자들이 사용했다고 한 제품은 전체 가습기살균제 20종 중 12종이다. 피해 신고 된 사례들은 어쩌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의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아이나 산모들처럼 하루 종일 가습기에 노출되고, 또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가장 치명적인 건강손상을 입는다”며 “가습기살균제는 가족이 같이 노출되는 제품인데 만약 아이가 죽거나 입원하면 다른 사람은 감기에 걸린 것쯤은 신경 쓸 여력이 없기 때문에 신고 된 사례보다 피해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 소장은 “112명이 사망하고 247명이 폐 손상을 입어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신고 된 대한민국 초유의 환경사건에 대해 정부가 조사비용도 없고 조사할 법적 근거가 없단 말이냐?”며 “그렇다면 정부는 왜 피해신고를 하라고 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에 대해 가해 기업과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나서 관련 대책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지난 9일 대표발의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보건복지위원회)과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달 25일 대표발의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국회운영위원회)은 각각 해당 상임위에서 심의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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