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35·남) 씨는 대기업 입사 후 4년 만에 퇴사하고 창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 후 학원강사에 재취업했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현재 로스쿨 입학 준비 중이다. 어려서부터 매사에 급하고 정신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김 씨는 머리가 명석하고 창의적인 기획을 만들어 내지만 끝맺음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평소 불면증과 잦은 두통을 호소해 병원을 찾은 김 씨는 ADHD와 불안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ADHD는 아동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ADHD 아동의 절반은 치료되지 않고 성인기까지 지속된다. ADHD 아동이 성인이 되면 과잉행동은 낮아지지만 충동성과 부주의성은 남아있어 자주 욱하고 생각보다 행동을 먼저 하게 된다. 또 직장을 안정적으로 다니지 못하고 사소한 지적에도 쉽게 폭발하며 흥분되고 자극적인 직업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강남을지병원 방수영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가 성인기까지 남아있다면 ADHD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처하면서 더 나아질 방도를 찾는 수밖에 없다"며 "그러므로 성인기에 문제를 겪지 않으려면 ADHD를 조기 발견하고 치료·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ADHD 치료약을 먹으면 아이가 키가 안 크고 한 번 복용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속설 때문에 약물치료를 겁내는 부모들이 많다. 평소 부모들이 ADHD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을, 지난 12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을지대학교 강남을지병원 9층 대강당에서 진행된 방 교수의 강의 내용에 근거해 문답풀이 방식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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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을지대학교 강남을지병원 대회의실에서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주최하고 강남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가 주관해 열린 "ADHD 오해와 진실"이란 건강강좌에서 방수영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강연을 마치고 학부모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email protected] ⓒ베이비뉴스 |
Q. 치료시기는 언제가 가장 좋은가요?
A. 아이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초기 증상을 보일 때 병원에 오면 치료효과가 좋다. 보통 만 6~7살 시기에 ADHD 진단을 많이 받는다. 유치원 때 자유롭게 생활할 때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규율을 따르는 것에 아이가 어려움을 느낀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Q. 영유아기에도 증상을 보인다면 치료할 수 있나요?
A. 만 4~5살도 병원에 오지만 ADHD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순 있어도 ADHD라 확정 내리긴 어렵다. 영유아 시기에는 산만하고 활동성을 보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Q. 산만한 것은 병이 아닌데 치료할 필요가 있나요?
A. “어려서 그렇지” 또는 “크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이나, “부모가 잘못 키워서 생긴 것”이라는 인식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ADHD는 산만함이 정상 발달수준에서 벗어난 정도를 의미한다. ADHD의 ‘산만함’은 집중효율성이 떨어져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일으키는 것으로 분명한 뇌의 구조 및 기능의 차이가 관찰된다. 즉 ADHD는 분명한 기질적 문제로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올바른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
Q. 행동이 산만하지 않으면 ADHD가 아닌가요?
A. 과제나 활동을 체계적으로 조직하지 못하거나 행동억제능력의 저하로 인한 충동성향,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고 계획하고 조절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ADHD의 핵심 증상으로 더 중요해지고 있다. 아이의 행동이 산만하지 않더라도 다른 증상들, 실행기능의 부족과 충동조절이 어려울 경우 ADHD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Q. ADHD는 부모가 양육을 잘못해서 생기는 건가요?
A. 아직까지 부모의 특정한 양육태도나 양육방식이 자녀에게 ADHD 증상을 발생시킨다는 과학적 증거는 보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비일관적인 훈육방식이나 감정조절의 어려움, 지나친 간섭이나 상처를 주는 양육태도는 모든 아이에게 해가 된다. ADHD 아이의 증상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양육방식이 부정적인 모습으로 변하기도 한다.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뇌의 기질적인 차이가 ADHD 증상의 원인임을 시사하는 과학적 근거가 많다. 그러니 아이들 잘 도와주기 위해선 부정적 방식의 양육태도는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Q. ADHD가 있으면 머리가 나쁘고 공부를 못하나요?
A. ADHD 아이들은 IQ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증상으로 잠재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오히려 활동성, 에너지, 창조성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미국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등도 ADHD 증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Q. 좋아하는 일에 집중을 잘하면 문제없지 않나요?
A. 집중력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해야 하는 일’(학습이나 생활규칙 등)에는 집중이 안 되며 ‘좋아하는 일’(컴퓨터 게임 등)에만 집중을 하는 경우다. ADHD 아이들은 뇌의 구조적인 이상으로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해야 하는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지만 행동은 ‘좋아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좋아하는 일’에 집중을 잘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며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할 때 능력을 잘 발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Q, ADHD 치료약을 먹으면 키가 안 크나요?
A. ADHD를 치료하는 데 대표적으로 쓰이는 약물인 메틸페니데이트 투여 후 초기에는 성장속도가 느린 것처럼 보이나 성인이 됐을 때 키 차이는 없다고 알려져 있다. 127명에게 36개월간 메틸페니데이트 패치로 치료했을 때 평균 0.63cm 정도 키가 작았지만 3년째 성장속도가 회복되는 양상을 보인 바 있다. 아토목세틴 또한 2년간 복용했을 때 평균 2.7cm가 작았지만 5년 이후에는 일반 아동과 키 차이는 거의 없었다.
Q, ADHD 치료약은 중독될 수 있다고 하던데요?
A. 메틸페니데이트 제제는 뇌가 집중효율성과 실행기능을 원활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증가시킨다. 국내 약사법에선 이 제제와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을 다른 마약과 함께 마약류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단 마약류로 관리되는 것이지 마약은 아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적절하게 투여할 경우 중독과 같은 특성을 보이지 않는다. 아토목세틴, 클로니딘 등의 치료약도 중독성향과는 관련이 없다.
Q. ADHD 치료약은 공부 잘하는 약인가요?
A. ADHD로 인한 부주의, 집중력 저하를 개선하면 아이가 가진 원래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고 동기부여가 된다면 학습 능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공부를 잘하게 하는 약은 아니다.
Q. ADHD 치료약은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A. ADHD는 평균 2년 이상 치료를 권고하지만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약물의 단기 효과는 신경전달물질의 활성화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신경망의 활성화 및 신경발달의 촉진 즉, 기질적인 정상화에 있다. 전문의와 상의해 아이의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 기간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Q. ADHD 치료약 외에 치료법은 없나요?
A. ADHD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에는 약물치료, 행동치료, 인지치료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단 치료율은 각기 다르며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병행할 때 치료효과가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다.
Q. ADHD는 나이가 들면 없어지나요?
A. ADHD로 진단받은 아동의 70% 이상이 청소년기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집중력 장애, 충동성, 기분의 심한 기복, 또래관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또한 교사, 친구, 부모와 자주 감정적으로 충돌하고 자극적인 컴퓨터 게임이나 오락에 지나치게 몰입해 각종 사고의 위험(예를 들면 오토바이 사고 등)이 일반 청소년보다 높다. 심한 경우 학교폭력, 우울증, 불안증, 충동적 자살시도, 가출, 절도, 폭행 같은 청소년 비행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ADHD는 어른이 돼서도 증상이 지속된다. ADHD가 지속될 경우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처리하는 업무능력이 떨어지고 중요한 약속이나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건망증이 흔히 문제가 된다. 또한 충동적 성향으로 인한 알코올 남용, 대인관계의 불화, 부부관계의 악화, 계획성 없는 무분별한 돈 관리, 잦은 이직, 실직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Q. ADHD 진료기록 때문에 문제가 생기진 않나요?
A. 병원의 모든 과에서는 진료를 받으면 진료기록이 진료받은 과에 보관된다. 이외에도 관련 진단코드나 처방코드가 심사평가원으로 보고가 된다. 이 두 곳 외에는 아동의 진료 내용을 보관하고 있는 곳은 없다. 이곳의 자료를 열람하려면 아동 자신 혹은 법적 보호자의 서명 동의가 필요하다. 또 법원의 영장을 통한 요구나 국회의 감사자료 요구 등에 의해서만 열람이 가능하다. 따라서 일반 기업체나 개인은 진료기록을 열람할 수 없다.
Q. ADHD 증상을 집에서 판별할 수 있나요?
A. 다음의 문항 중 아이의 상태에 가장 가까운 것을 체크하면 된다. 총점이 16점 이상이면 ADHD를 의심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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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된 행동 |
전혀없음 0점 |
약간 1점 |
상당히 2점 |
아주 심함 3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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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분하지 못하고 너무 활동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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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쉽사리 흥분하고 충동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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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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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번 시작한 일을 끝내지 못한다(주의집중 시간이 짧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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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늘 안절부절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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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주의력이 없고 쉽게 주의분산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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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요구하는 것은 금방 들어줘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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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자주, 또 쉽게 울어버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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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금방 기분이 확 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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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갑자기 화를 내거나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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