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아침,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세살 난 작은 딸이 저를 깨웁니다

“아빠 놀이터 가자, 그네 태워줘”

전날 늦게까지 마신 술도 덜 깨고, 몸도 피곤해서 정말 일어나기가 싫습니다

“아빠 피곤하니까 더 주무시게 깨우면 안되지”

아내가 저를 생각해서 작은 딸을 타이릅니다 저는 10분 정도 몸을 뒤척거리면서 생각했습니다

“나하고 얼마나 놀고 싶었으면……”

그러고는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딸에게 놀이터에 가자고 말합니다

엄마 말에 실망했던 작은 딸은 금세 화색이 돌기 시작하더니 얼른 문 밖으로 뛰어 나갑니다

사실 많은 아빠들이 몸이 피곤하다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자녀들을 외면 하곤 합니다. 하지만 자녀의 마음을 외면하는 일이 빈번해 질 경우 자녀는 아빠의 관심과 사랑을 잃게 되어 매사 소극적인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저의 큰딸는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행동을 합니다.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스스로 외고를 가겠다고 결심한 후 그 해 겨울 서울 소재 외고에 합격합니다 큰 딸의 이런 성취도는 어렸을 때부터 아빠인

저의 긍정적인 마인드 덕분이 아닌가하고 스스로 생각해 봅니다

아이에게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말 한마디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제 아내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안돼, 하지마”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대신 “이걸 해”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아이들이 이것 저것 만지면서 입에 물건들을 넣으면 대개 “안돼, 지지”라고 말하며 그 행동을 못하게 합니다 하지만 아내는 다른 장난감을 주며 “이 장난감으로 놀아요’라고 말합니다

지금도 작은 딸이 과도하게 TV시청을 할 경우에 “TV좀 그만 봐’라는 말 대신에 간단하게 “책 읽는 게 더 재미 있겠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작은 딸은 TV를 끄고 책을 읽습니다 가끔은 뾰로통한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물론 많은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자녀에게 “이걸 해”를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공부 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역효과만 초래할 뿐입니다

아내는 지금까지도 아이들에게 “공부해”라는 말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두딸은 어렸을 때부터 “책 읽어”라는 말만 들었지 “공부해”라는 말은 듣지 않았습니다 지금 두딸이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갖게 된 것은 3-7세시기부터 아내가 “안돼, 하지마”가 아닌 “이 걸해”라고 말했기 때문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역시 아내의 방침을 따라 “안돼, 하지마”가 아닌 “이걸 해”라고 말합니다 덕분에 자녀들은 스스로 대안을 찾아보는 적극적인 마인드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안돼, 하지마”의 기준이 부모의 개인적인 견해에 의한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은 딸이 다섯살, 큰 딸이 일곱살 되던 해였습니다 아이들과 TV를 보다가 배드민턴 경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작은 딸이 배드민턴을 가르쳐 달라고 말하자 큰 딸 역시 가르쳐달라고 조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두딸에게 “밖에 비가 오잖아. 날씨 좋을 때 아빠에게 가르쳐 달라고 하고 대신 집에서 불록 쌓기를 하는 건 어떨까?라고 말했습니다

두 딸은 아내의 말에 금세 풀이 죽었습니다 배드민턴을 정말 치고 싶은 모양입니다 불현듯 지하주차장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곤 풀이 죽은 아이들에게 “좋아 가르쳐 줄께 나가자”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갔습니다  비록 천장은 낮지만 아이들에게 배드민턴을 가르쳐주는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비가 오든지 바람이 불든지 아이들이 원할 때면 지하 주차장에 가서 배드민턴을 쳤습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배드민턴을 아주 잘칩니다

배가 고플 때 음식을 먹으면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하고 싶을 때 그 일을 하게 되면 정말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예닐곱 살의 아이들은 하고 싶던 마음도 금방 잊어버리고 싫증도 잘내기 때문에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는 욕구와 호기심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하게 하는 것이 배움의 효과를 극대화시킵니다

반면 아빠가 이핑계 저핑계를 대면서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면 자녀들은 실망하게 될 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성격을 갖게 될 수 도 있습니다

아빠분들이여, 생각이 생각으로 머무르게 되면 자녀들이 몽상가가 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요 그리고 자녀들이 적극적인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먼저

행동하십시요 바람부는 날이라고 배드민턴을 치지 못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바람이 분다면 지하주차장으로 가시면 됩니다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 아빠의 모습은 자녀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