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교육청에서 각 학교에 보낸 촛불집회 참석하지 말라는 가정통신문 샘플.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이 샘플을 각 학교에 보내서 가정통신문을 학생들의 집에 보내게 했다.

'심야에 학생들이 위험에 노춤된다'는 이유를 들고 있는데

학원 심야 수업 연장안을 제시한 곳이 서울시교육청이다.

가장 최근에 님이 저의 귀를 따갑게 한 것은 촛불집회 관련한 님의 발언이었죠. '촛불집회의 배후에는 전교조가 있다!'는 님의 발언은, 공직자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뭐 정말 당연한 이야기를 넘어서는 것이었죠. 사실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뭐 저런 게 교육감이라고 앉아 있나...'였습니다. 뭐 님께서 이 글을 읽건 읽지 않건 간에 이른이 넘은 노인분께 좀 버릇 없는 말이라고 해도 이해해 주셔요. 저의 무례함보다 님의 무례함이 훨씬 더 강도가 세니까요.

님이 생각하는 만큼 우리의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을 그리 잘 듣지 않는 답니다. 교사 몇명이 선동한다고 해서 거리로 뛰쳐나오고 할 아이들이 아니란 겁니다. 뭐 어른들 말 잘듣는 착하고 예의 바른 사람을 만들자는 것이 님의 교육관이고, 이 땅의 아이들이 님의 교육관대로 자라서 전교조 선생님들의 지시에 거리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님은 님의 교육관도 전교조의 실력도 대단히 과대평가하고 있는 망상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네요. 여기서 하나 알려드릴까요? 촛불집회의 배후는 이명박과 짝짝꿍이 너무도 잘 맞는 당신이랍니다. 우리의 학생들이 당신과 이명박 때문에 많이 뿔이 나있었거든요.

우리의 학생들이 왜 당신과 MB에게 뿔이 많이 나 있었는지 몇가지 눈에 띄는 것만 짚어 볼까요? 학원 수업 연장 조례안을 서울시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물심양면 고생하셨죠? 국민들의 반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수스러들더니 엊그제에 또 추진한다는 뉴스가 나오대요? 님은 귀 막고 눈 감고 하고 싶은 거라면 뭐든지 다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신가 봐요. 우아. 아무리 비교해도 현 대통령이랑 아주 많이 닮으셨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한다면 한다는 정신! 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드리죠.

▲ 정치인들과 함께 희망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공정택.

우리 아이들도 당신처럼 공차고 놀 시간 좀 주세요.

헌데 어떡하나... 저는 학원 수업 연장에 반대하는 걸요. 저뿐만 아니라 아주 많은 분들이 반대하는 걸요. 왜냐구요? 제가 학원강사 일 5년 정도 했었더랬지요. 뭐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한 해 두 해 보내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요. 지금은 관두었고요. 물론 지금 학원에서는 12시 넘어도 수업 다 합니다. 단속이 심한 지역에서는 커튼 쳐놓고 하고 뭐 굳이 단속을 걱정하지 않는 곳에서는 그냥 한답니다. 저는 그래서 학원 강사 처음 할 때는 새벽 2-3시까지 수업을 하다보니 그런 조례안이 있는지도 몰랐네요. 보세요. 그렇게 조례안이 학원 수업을 강제하고 있어도 몰래몰래 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지요. 당연히도 학력, 학벌 중심 사회가 이렇게 만든 거 아니겠어요. 학원도 그렇게 해야 돈 벌고, 학부모도 그렇게 빡세게 공부시켜주는 데 보내게 되는 거고요. 헌데 이런 규제마저 님 생각대로 없어지게 되면 학원은 그야말로 24시간 편의점처럼 아침부터 새벽까지 풀가동 될 겁니다. 공교육 붕괴라고 말들 많은데 님이 하자는 대로 하면 학교는 학원에 치여서 남아나질 않고 너덜너덜 누더기처럼 되어버릴 거여요.

그 많은 사교육비 때문에 부모님들은 더 해주질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돈 없는 집이라도 아이들 사교육비 때문에 투잡 쓰리잡을 뛰시겠지요. 저도 학원에 있을 때 애 학원 보낼라고 새벽에 우유배달하는 엄마도 봤어요. 아아. 그 엄마의 선택이라고요? 님처럼 고위 공직에서 안정된 연봉 받으시는 분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더 해주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은 모를 거여요. 자기 자식이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해서 뒤떨어지지는 않을까. 나중에 원망을 듣지는 않을까... 그리고 좋은 대학을 나와야 자녀의 미래도 밝아진다...는 생각에서 노심초사하는 학부모님들의 마음을요. 아아. 대학서열화는 당신 책임 아니라고요? 물론 그렇죠. 당신이 그걸 만든 건 아니니까. 헌데 서울시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당신이 그 문제를 안다면 어떻게든 그 문제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줄여주는 게 당신의 역할 아니었나요?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통해 학교에서 줄서기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창의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게끔 교사들을 지원해주는 게 당신의 역할 아니었나요?

당신이 하자던 0교시는 어떨까요? 저는 고등학교 때 0교시와 야간자습을 당연스레 생각하면서 학교를 다녔던 세대랍니다. 0교시 그거요. 아이들 70% 이상이 비몽 사몽간에 수업을 받습니다. 엎어져 다는 아이들도 많지요. 선생님들도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아이들도 어쩔 수 없이 눈꺼풀이 쳐지니 속수무책이지요. 근데 애들이 왜 밤에 뭐하고 아침에 학교와서 자냐고요? 뭐하기 뭐해요? 새벽까지 학원에서 공부하거나 집에서 공부하죠. 아... 님아. 우리 아이들 밤 좀 먹이고 잠 좀 재우자고요. 몸이 건강해야 공부도 할 거 아닙니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하겠다는 이명박처럼 아이들의 건강권도 빼앗아갈 건가요?

 ▲ 국정감사 질의에서 고민하고 있는 공정택.

아. 이제 그만 고민하시고 이만 내려 오시죠.

뭐 뚝심 있는 당신. 그건 인정해 줄게요. 헌데 그렇게 고래 힘줄처럼 고집이 세고 계속 남들 말 안 듣고 맘대로 할 거면 집에 가서 글이나 쓰셔요. 당신의 잘못된 고집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데요. 사람들 괴롭히지 마시고요, 당신의 교육 철학 대로 뭔가 하고 싶으면 책 쓰고 글 쓰셔요. 자서전도 쓰시고 칼럼도 쓰시고 하셔요.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 줄 거여요. 그 대신 지금처럼 아이들과 학부모들 괴롭히진 않겠지요.

아참. 얼마 전에 들었는데, 서울시 교육청 청렴지수가 전국에서 꼴찌라면서요. 아참, 당신이 '촌지 수수 금지'도 폐지했다면서요. 아 글고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의 영어 몰입 교육에도 쌍수들고 환영하신다고요. 우아... 님 쫌 짱인 듯. 하나하나 반박하기도 지겹습니다. 여튼 한국 교육이 갖고 있는 모순을 그대로 압축해서 심화시킬 당신.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독불장군 MB와 짝짝꿍이 너무도 잘 맞는 당신. 웬만하면 교육감 출마 관두시죠. 서울시 교육감은 당신이 하기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의 삶이 걸려 있답니다. 당신이 만들어 놓는 학교제도에, 학교 문화에, 학교 수업에 우리 아이 보내기 정말 싫습니다.

 ▲ 스승의날에 교육감이 교사들에게 표장을 주는 것은 의례적인 일이다.

이번 스승의 날에는 이를 거부하는 교사까지 있었다고 한다.

얼마 전, 당신이 준다는 표창을 거부한 한 교사의 글을 옮기면서 이만 마칠까 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죠.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님, 웬만하면 교육감 출마 그만 두시죠.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의 스승의날 표창을 거부하는 어느 교사의 글>

저는 

교육감 표창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어제 알게 되었습니다. 오는 15일에 제게 교육감 표창을 주신다는군요.

뭘 잘했다고 주는 상도 아니고 그럭저럭 세월 채워 교직 지키다보면 누구나 한 번 씩은 받는 상이라는 것,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에겐 귀한 상일 수도 있지만 제겐 받아도 그만, 안받아도 그만인 그런 상입니다.  아니, 어쩌면 제게 꼭 필요한 상일 수도 있네요. 어떤 일로 징계를 받게 될 경우 교육감표창을 받은 사람은 징계의 감경이라는 혜택이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게 주어지는 교육감표창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만일 현 공정택교육감이 아닌 다른 교육감이 주는 상이었다면 수상거부라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공정택교육감으로부터 상을 받는 다는 것 자체가 창피하게 생각될 만큼 공교육감의 교육관은 저와는 맞지 않습니다.

제게 교육이란 것은 이 땅의 아이들이 민주사회에서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교육감의 교육이란 쓸만한 인재들을 골라내기 위해 끝없이 경쟁시키고 경쟁에서 낙오된 아이들은 불량품 취급을 하는 그런 것입니다.

게다가 

바로 요 며칠 전,

순수하게 촛불을 밝히고 끼리끼리 모여 드는 우리 아이들에 대해 ‘불순세력의 배후조종’이라는 교육자로서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을 해버린 공교육감은 저를 또 한 번 분노케 하였습니다.

우리가 늘 가르치는 민주주의 사회의 원칙,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다 아는 집회와 표현의 자유... 그런 배움을 실천하는 아이들을 향해 그런 망언이라니요. 요즘 아이들을 너무나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이리도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제게 상을 준다 한들 제가 기쁠 리가 있겠습니까?

앞으로 교육감 퇴진 서명을 받으러 다닐 지도 모르는데요.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께서 주시는 상이거나, 동료 선생님들께서 주시는 상, 혹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서 주는 ‘좋은 선생님 상’... 이런 것들이라면 참으로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울먹울먹 수상소감 밝히며 받고 싶지만,

이건 아닙니다.

교육감 표창이라니요???

제가 미리 이런 일을 알았더라면 다른 선생님께 기회가 갈 수 있게 일을 처리 하였을 텐데 제가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그 점, 여러 선생님들께 사죄드립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출처 : http://blog.naver.com/ejparkchoi?Redirect=Log&logNo=90032293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