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뮤지컬 호비, 번개맨 등을 즐겨본 터라 뮤지컬 정글북은 어떨까 기대를 하고 관람하였다.
아이와 미리 동화책도 읽어 보고 영화도 함께 보며 줄거리를 익히고..
시간은 일요일 5시, 여유롭다. 위치도 자주 가던 어린이대공원 유니버셜아트센터, 주차도 어린이대공원 후문 주차장에 대고 계단으로 올라가니 이렇게 여유롭고 수월할수가.. 10분에 300원, 좀 일찍 와서 공연까지 봤더니 4500원.. 살짝 부담이긴 했다. 5호선 아차산역에서 가까우니 걸어가도 좋지만 날이 너무 덥다는 핑계로 몰고 왔다.

모처럼만의 데이트라 들뜬 모자.. 마음이 즐겁고 가볍다.

로비에 들어서니 아이들 취향에 맞게 작은 정글을 만들어 포토라인을 놓았다. 바지런한 엄마들이 아이들을 줄 세우고 있다. 일찍 온 우리도 줄 한 번 서서 찰칵~! 깜찍하게도 호랑이와 코끼리가 좌우로 머리를 움직이며 짐짓 라이브(?)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가 앚은 위치는 vip석 14열 A석.. 14열인데도 생각보다 무대도 가깝고 좌석 앞뒤의 간격도 여유로워서 좋았다. 아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역시 방석이 가득~ 방석 하나 갖다 앉으니 키에 딱 맞는다. 애기들은 2개씩 가져다 앉았다. 미취학 꼬맹이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저학년 우리 꼬맹이가 큰 아이 같았다.

반사가 돼서 잘 안 보이려나? 14열은 1층 뒤에서 두 번째다. 그런데도 생각보다 잘 보이고 거리도 가까웠다. 공연이 시작되고 배우들이 객석을 누비는 시간이 잠깐 있었는데 주로 B열과 C열이라 그건 살짝 아쉬웠다. 다음에 다시 본다면 B열과 C열의 앞쪽 좌석을 택하리라.. 

커튼이 열리고 공연이 시작되자 역시 송승헌이 만든 무대는 다르다는 느낌이 확~ 왔다. 일반 뮤지컬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무대의상이나 무대디자인이 정교하고 화려하단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눈도 사로잡는 매력적인 장면들이 펼쳐졌다.

오늘 우리의 모글리는 김한재 님.. 모글리의 근육에 놀란 우리 아이, "엄마, 진짜 근육이에요?"
근육 옷을 입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몸이 좋은 배우였는데 목소리 또한 크고 또렷하고 발성이 좋아서 즐거웠던 공연이었다. 공연 도중에 자신이 인간의 아이란 걸 알고 충격받은 모글리와 모글리를 달래는 발루가 나오는 장면에서 모글리의 마이크가 갑자기 꺼지는 사태가 발생,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마이크가 꺼졌음에도 무대를 울리는 쩌렁한 발성에 정말 놀랐다. 우린 14열이었는데..
더블캐스팅된 이로운 님은 16년부터 모글리로 캐스팅된 노련한 배우란다. 이로운 님의 모글리도 궁금해진다. 어린이 뮤지컬로는 보기 드문 더블캐스팅이라는데, 무대디자인이나 배우들의 동물연기, 노래 등을 생각하면 그냥 어린이 뮤지컬이라고 홍보하기에는 너무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위해 왔다가 어른들이 감탄하고 돌아갈 만한 작품인 듯하다. 음악도 그럴 듯해서 뮤지컬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적어도 6세 이상의 아이들부터 고학년 초등학생들까지도 보면 정말 좋을 듯하다. 유치하지 않으니 청소년들도 이번 기회에 새로운 정글북에 빠져보는 것도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