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낮 동안 장맛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길래 꼼짝없이 집에만 있어야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오후 늦게 비가 잦아들어 예정대로 영화 시사회에 다녀올 수 있었답니다. 

이번에 관람한 영화는 지난해 KBS에서 방영했던 <슈퍼피쉬>라는 다큐멘터리를 3D 영화로 만든 작품이었어요.

원래는 5부작이었던 걸 77분으로 압축편집해 <슈퍼피쉬- 끝없는 여정>이란 제목으로 7월 11일 개봉 예정이랍니다.

일찍 도착한다고 했는데도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하기위해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꽤 많은 분들이 오셨더라고요.

정식 상영이 아닌 시사회다 보니 입장권은 따로 주지 않고 이렇게 좌석번호가 적힌 쪽지를  영화 팸플릿에 붙여 주네요.  

TV로 방송하는 걸 못 봤던 터라 극장 입구에서 상영 중인 예고편 만으로도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두근  

<한반도의 공룡 점박이> 이후 처음으로 아빠와 함께 하는 영화관람이라 여느 때보다도 잔뜩 신이 난 주니예요^^  

영화상영에 앞서 슈퍼피쉬를 연출한 송웅달PD가 나오셔서 무대인사를 하는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관전포인트로 지중해에서 3000년을 이어 온 참치잡이인 '마탄자'가 이제는 세상에서 사라져 제작진이 촬영한 게 마지막 자료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설명을 듣고 나니 마탄자에 대한 호기심이 급발동 합니다.

3D영화라 입장할 때 전용 안경을 받아 왔는데 어린이용이 따로 없어 주니에겐 좀 커보이네요.

기왕이면 어린이용도 따로 마련해주는 배려가 좀 아쉬웠어요.

잠시 뒤 시작된 <슈퍼피쉬-끝없는 여정>

웅장한 배경음악과 더불어 스크린 가득 손에 잡힐 듯 눈앞을 헤엄치는 참치떼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습니다.

하지만 역동적으로 무리 지어 다니던 참치들은 이내 어부들이 산란을 위해 이동하는 길목에 미리 쳐놓고 기다리던 그물에 걸리고 말아요. 

곧이어 다이버가 우두머리 참치를 유인해 '죽음의 방'으로 몰아가면 나머지 참치들도 우두머리를 따라 함정그물인 '죽음의 방'으로 들어서게 된답니다.

참치들이 다 모아지면 순식간에 그물을 들어 올려 한 마리씩 건져 올리는데 참치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심장을 찌르며 '마탄자'를 외친다고 해서 이 살육의 축제를 '마탄자(mattanza)'라고 부른답니다.  이 마탄자는 3000년 전 로마시대부터 전해져 내려 온 전통의 참치잡이 방식인데 2011년 KBS 제작진이 이탈리아에서 <슈퍼피쉬> 촬영한 것을 마지막으로 이제는 맥이 끊어지고 말았다네요. 

산란을 위해 이동하던 참치들이 붉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장면을 보았을 땐 인간이란 존재가 이렇게 잔인하게 다른 생명을 빼앗으면서까지 우리의 식탁을 채울 자격이 있는지... 그리고 식탁에 오르기까지 과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소비하는 우리가 조금은 부끄럽기까지 하더라고요. 

다행히 마탄자는 더 이상 행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살펴보면 생태보호를 위해서가 아닌 단지 지구온난화와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해 참치의 개체수가 줄어 투자비용대비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라고 하니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네요.

깊고 푸른 바닷속을 무리 지어 다니던 참치떼를 보여주다가 이번엔 물고기는커녕 마실 물조차 구하기 힘들어 보이는 아프리카 말리의 메마른 부족마을을 보여 줍니다.

이곳에선 일 년에 단 하루 딱 15분간 말라붙은 호수에서 메기잡이축제를 벌이는데 4천여 명이 축제의 시작을 기다리며 호숫가에 까맣게 모여있는 모습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더라고요. 드디어 축제의 시작과 동시에 일시에 호수로 뛰어드는 사람들..

어느새 야트막한 호수는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어지고 사람들은 진흙탕 속에서 메기를 잡아 얼마 안 되는 양이지만 굶주린 가족과 부족민이 다 함께 나누어 먹습니다.

그런데 똑같이 사람들이 먹기 위해 물고기를 잡는 과정을 그린 건데도 방금 전 참치잡이 마탄자를 봤을 때와는 다르게 말리의 메기잡이를 보면서 잔인하다는 생각이 안드는 이유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고스란히 전해져서가 아닌가 싶었어요.

그 밖에도 세계의 다양한 물고기 잡이 방식을 볼 수 있었는데 목을 졸라매 물고기를 잡고도 삼키지 못하는 가마우지를 이용한 중국의 물고기 잡이, 깎아지른 듯한 다랭이논에서 벼와 물고기를 동시에 키우는 중국 부족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눈길을 사로잡은 장면은 슬리퍼를 신고 위태위태해 보이는 줄 하나에 의지해  라오스 콘파펭 폭포의 엄청난 물살을 건너 그물을 던지는 장면이었어요.  꼭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고기잡이를 해야 하나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 사람이 먹여 살려야 하는 가족이 한 둘이 아니라 도저히 그만둘 수 없다는 말에 절로 숙연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야말로 슈퍼피쉬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물고기 참치를  일본에 팔면 돈벌이가 되기에 참치잡이를 한다는 호주의 어부와 먹을 만큼만 연어를 잡아 건조했다가 저장해 두고 먹는 알래스카인 등 물고기를 잡는 이유와 방식은 다양했어요. 

앞으로는 맛있게 먹던 생선초밥도 식탁에 흔하게 올라오던 고등어 한 마리도 예전과는 다르게 보일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물고기가 존재한다는 게 인간들에겐 얼마나 큰 축복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답니다. 

영화상영 초반엔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던 주니는 평소 8시면 잠자리에 드는지라 9시가 다 되어서야 끝나는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결국 잠이 들어 버리고 말았어요.  이럴 땐 아빠와 함께 온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그래도 초반에 보았던 마탄자와 메기잡이가 무척이나 인상깊었던지 다음 날 그림일기장에 스크린을 가득채운 참치와 그걸 관람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넣고 아주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적어 놓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