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태어난지 875일째.. 되는 날.. 

어제 엄마가 좀 무리를 했나보다..

나갔다 와서 집에서 이것저것 하느라 바빴거든.

일하다보니 좀 춥길래 그때서야 옷을 껴입었는데..

병이 나고야 말았구나.

아.. 오들오들 떨려..

오늘은 널 온전히 데리고 있으면서 독후활동도 해주고 책도 많이 읽어주려고 했는데..

야물딱 유치원 동화 몇권만 읽어줬구나.

네가, 병균이의 여행을 참 좋아하더구나.

그림도 참 이쁘지?

그럼.. 이 좀 잘 닦자..

이 닦을때마다 울어서 엄마 마음 아프게 하지 말고..

오전 내 괜찮았는데 2시부터 너무 머리가 아픈거야. 엄마가..

그래서 10시 반에 일어난 너를 데리고 잠을 잤는데..

착한 우리 딸..

엄마랑 같이 자줘서 고마워.

엄만.. 네가 안잘줄 알았거든. ㅠ.ㅠ 속 깊은 녀석..

4시에 문자와서 깼는데 엄마는 몸이 너무 추운거야.

너도 알다시피 니가 열이 많잖아..

전기매트도 못틀고 보일러도 못틀고 이불만 쓰고 자려니 영 몸이 안풀리는거 있지?

넌 천둥번개 쳐서 무섭다고 얼굴까지 이불을 덮더라.

그러다 숨막히면 큰일난단다..

잠 다 자고 나서 혼자 교구 가지고 어두운 방에서 노는 네 모습이 안타까워서

엄마가 일어는 났는데.. 도저히 널 볼수가 없더라.

그래서 시아버지한테 너 맡기고 엄마는 밀린 리뷰들을 썼단다..

엄마 열이 38도인거 있지? 그래서 네 타이레놀을 뺏어 먹어버렸어.

근데 니가 왜 싫어하는지 알겠더라.

설탕 덩어리같은데 무슨 맛이 그러니..

니가 그 약을 뱉는 이유를 오늘에서야 알았단다.

암튼.. 그거 먹고.. 좀 괜찮아 지는 것 같았는데..

지금 또 온몸이 저리구나..

커피를 마셔도 회복이 안되는거 있지? ㅠ.ㅠ

아빠는 지금 오는 중인데.. 집에 오면 9시 반은 되겠다.

그때까지 엄마 보고 싶어도 참고.. 할머니 할아버지랑 잘 놀고 있어.

그리고 오늘은 일찍 자주면 아주아주 고맙겠어!!!

엄마가 되기 전에는 아프면 한껏 그 아픔을 즐겼단다.

먹고 싶은거 다 먹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온갖 요구사항을 엄마에게 했었지..

근데 지금 내가 사랑이 엄마가 되고 나서는 엄마들이 참 안쓰럽다는 생각을 해..

엄마들은..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한단다..ㅠ.ㅠ

너도 엄마가 되겠지?

엄마가 살아 있는 한은..

네가 아플때 내가 언제나 달려갈께..

난 너의 영원한 백그라운드~

물론. 외할머니도 엄마한테 그렇지만.. 외할머니는 차를 잘 못타잖니..

여기 혼자 못와 ~.~

우리 그건 이애하자..

다음에는 외할머니랑 가까운 곳에서 살도록 기도해보자꾸나..

참.. 오늘 재미난 일이 있었어.

엄마가 너한테 책 읽어주는데 갑자기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가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너한테 책 제목을 말했더니..

"엄마! 내가 엄마 머리위에 똥 쌀께!"

그러더니 내 목을 타고 내 머리위에 네 엉덩이를 올려놓더구나..

"응가!"

그래놓고 넌 엄마한테 이러더라.

"엄마 똥쌌어. 봐봐!"

너 참... 무개념인거 알지?

엄마 머리위에 똥을 싸는 척을 하다니..

이쁘니까 봐줬쓰~

그래놓고 인형 머리며, 또 내 머리에 똥싸는 척을 하더라.

그래놓고 더럽대..ㅡ.ㅡ

니가 싼거잖아!!!!!!!!

머리아픈 엄마에게 효도를 참 잘하는 딸랑구.. 김사랑..

언젠가.. 똥 모형하나 만들어서 네 머리위에 올려놓고 싶어졌어.

그리고 또 하나..

이건 기쁜 소식이야.

엄마가 육아일기 쓰면서 도미노피자 블러그에 몇번 들락거렸는데

또 당첨이 된 거 있지?

피자 두판이 생겨버렸네..

엄마 닮아 피자 좋아하는 사랑아..

배터지게 먹어보자..음화화~~

그럼.. 엄마는.. 두통과 오한으로 이만 육아일기를 마치련다..

내일은 더 많이 안아주고, 책도 많이 읽어줄께.

오늘 미안했어..

네가 잘 쓰는 말..

"그동안 미안했어" (뽀로로 보고 따라하는 것임)

엄마도.. "오늘 너무 미안했어"

사랑해..

요즘 방구냄새가 지독해진 너의 뱃속을 얼른 해결해줘야 하는데..

이제 진 똥은 그만 싸자..

낼 더 맛난것도 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