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쏘옥 빼다 닮은 우리 후야가 너무너무 좋다.

잘 삐치는 것도, 간드러지는 애교도, 책만 보면 잠오는 버릇도,

하늘이 무너저도 오늘만큼은 즐거운 낙천적인 네 성격도. 

어찌그리 똑같은지.  호호호.

가끔 식구가 후야와 엄마, 이렇게 둘이라는 것이 조금 맘에 걸리고.

장차 우리 후야 커서 인생에 큰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이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라면

7살이란 백짓장 같은 순백의 길 위에 무거운 걸림돌을

살짝 살짝 옆으로 치워주고, 작은 걸림돌은 치우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 뿐.

아무것도 없구나.  그래도 이 엄마 너를 위해 최선을 다 하마.

그런데 요즘, 감기때문인지 이른 삼춘기때문인지

짜증이 부쩍 늘었더라...

우리 후야 너무너무 싸랑한데이~

(응, 나도 엄마 사랑해.)

우리 후야 뽀뽀 함 하자.

(감기 옮아, 뽈떼기에다 해.)

말랑말랑한 콧등에다 하면 안돼?

(안돼, 코막혀서 기분이 안좋아.)

알았어, 볼에다 할께!  이히히, 쪼~~~오,, 우우우웁!! 왜그래!  손은 왜 막어.

(엄마,,,, 잠까,,안, 에취~이!!)

........ 크억!!! 

 이건 뭐니. what is it!!!! 

두 콧구멍에서 누렇고 푸르스름한 색깔의 코가래가. 

야구방망이 같이 길고 찐~득하게 걸려있었어.

 여태 보이지도 않았던 눈 밑엔 시커먼 다크서클까지 보이기 시작하구,,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고개를 살짝 숙여 볼까?))

급기야 넌,,, 눈까지 뒤집어서 그토록 맑고 초롱하던 까만눈동자까지 숨겼어.

((엄마,,,빨리 안닦아주면 낼름 먹어버린다.))

꾸울~ 꺽

이 엄만 얇디 얇은 각티슈에서 휴지 한 장 얼른 뽑아 들고

한 번 두번 접어 닦아 줬어.

끄윽... 어찌 느낌이... 엄지와 검지가 서로 마주치기 싫어하듯이 굉장히 미끈덩 거렸어.

하지만 그대로 휴지를 버리기엔 여분이 너무 많이 남았지..

무리 해서 두툼한 휴지를 한 번 더,

후야, 흥!!!

(응, 아~~~ 흥!!!)

뜨어!!! 

엄지와 검지 사이로 쭈욱 미끄러져 내려 가는 누런 코가래,,

어떡하지 어떡하지,,이 엄만 고민했어. 

다른 휴지를 뽑아 받치기엔 너무 늦고, 나머지 한 손이,,

쒜에엥!!!!

하지만 생각보다 반사신경이 엄청 빠른 이 엄마,

놀고 있던 한 손이 정의롭게 받아 담았어.

(엄마, 그걸 받았어~?)

응.

(정말 멋있어 엄마!)

어, 어, 호호~

이런 이런이런,,, 우리 후야가 칭찬하니 이 엄마가 갑자기 우쭐해지는건 뭔지.

(우와 코가 뻥 뚫렸다.  아이 시원해~ 아이 기분 좋아~ 엄마 고마워, 사랑해!)

뽀뽀~~~쪽쪽쪽쪽쪽~~~~~

이 엄마, 막혔던 체증이 쏵 내려가는 것 같이 얼마나 시원했는지 몰라.

우리 아들 후,

너의 7살 인생에 가장 큰 걸림돌은 두 코를 꽉 막은 코가래였어.

이노메 코가래씨키!!

이날, 후야의 감기 덕분에 이 엄마도 후야도 사랑이 한뼘 더 자라났구나.

후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