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딸 영은아,읽어주련~~~

5월9일 일요일,엄마가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의 바지에 무언가를 넣어주고 거실로 뛰어가는 영은이....

손에 묻은 물을 닦고 펼쳐보니 하얀 종이에 10줄 정도로 엄마에게 편지를 썼더구나. 물론 5월7일에 유치원에서 만들어 온 카네이션 꽃다발과 편지를 받았기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6살의 너가 엄마에게 이런 편지를 썼으리라고 생각도 못했구나. 지우개로 틀린 글자를 얼마나 지웠던지 종이가 너덜렸지만 6살의 너가 이런 내용의 글을 쓰리라고는 정말 꿈에도 몰랐구나.

"엄마 고생이 많으시죠? 제가,영은이가 이제 엄마의 힘이 되어 드릴게요. 사랑해요"

영은아, 이 편지를 받고 지금까지 엄마는 감동에 가슴이 벅차 오르는구나.

아! 나에겐 정말 존재 자체만으로도 행복인 내 딸이 있구나 하는 깨달음!!!

엄마는 마흔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너를 낳았을때 사실 너무 기뻤지만 항상 마음속에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었다. 말로는 영은이가 있어 너무나 행복하고 이 세상을 다 얻은것 같다고 했지만 나름의 경제적인 면과 여러가지 미래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한껏 행복을 느껴보지 못했구나.

그러면서도 너를 육아하면서 최대한 행복한 척을 하며 5년이라는 시간을 보냈구나. 물론 남들 눈에는 행복해 보였는지 모르지만 엄마는 무언가 항상 조금의 부족함을 느끼곤 했단다.

너의 편지를 읽고 그날 밤 정말 엄마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정말 엄마 인생 전체를 반성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엄마는 어릴적 항상 스스로에게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며 그날 그날을 보냈던것 같다. 예를들어 운동회라던가 소풍이라던가....항상 현재는 미래에 일어날 어떤 일을 위해 사는 아이였고 사람이었구나. 아빠와 결혼하던 날이나 너를 낳은 날도 그 날의 기쁨보다는 그걸로 인해 엄마의 미래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행복감을 맛보았구나.

그런데 5월 9일밤, 정말 엄마는 45년 인생에서 너의 그 짧은 편지 한 통으로 인생관이 완전히 변해 버렸구나. 좋은 책도 영화도 어떤 훌륭한 분의  강연보다도 너의  짧은 편지로 남은 엄마의 인생은 많이 바뀔것 같구나.

사랑하는 나의 딸,영은아!

이제 엄마는 행복의 결실을 미래에 양보하며 항상 현실에 부족함을 느끼며 살지 않을것이다. 매순간 찾아오는 작은것에 행복을 느끼며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살리라고 결심에 결심을 하고 있단다. 아직 여섯살의 어린 너가 이 편지를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엄마가 정말 코팅이라도 해놓아 엄마의 인생관에 너의 그 짧은 편지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알게 하고 싶구나.

영은아! 

이제 엄마는 많이 예뻐질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의 사소한것에 행복을 느끼며 매일매일을 현재 주어진 것에 만족을 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영은아 ! 너가 엄마에게 이처럼 많은 양을 행복감을 안겨주었으니 엄마는 무지 고맙고 그리고 너무나도 너를 사랑한단다.

2010년 5월 11일 너를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