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친정 아버님은 올해로 연세가 83세 이십니다.

전 아버님 연세 47에 낳은 늦동이자 막내딸이죠.

아버님은 약 5년전, 늦동이인 제가 낳은 손자 얼굴 보고 좋다고 박수치던 그날 저녁, 뇌출혈로 인한 응급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아버님은 다행히 수술을 무사히 마치시고, 약 1달후 퇴원을 하셨지만, 그후 아버님은 한쪽 손과 한쪽 발에 마비가 오셨습니다.

이후로, 아버님은 가까운 거리는 혼자  걸어가실 수 있으시지만, 먼 거리는 혼자 걷기에 힘들어 하셔서 휠체어로 생활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열심히 받고 있던 1년후 어느 겨울날 아버님은 심장 마비로 갑작스레 쓰러지셨고, 다시 한번 심장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연이은 뇌수술과 비뇨기과 수술, 안과 수술...

아버님은 이렇게 연이은 4번의 수술끝에 끝내 치매가 오셨습니다.

어릴적부터 늘 자전거 앞자리에 태우고 다니시며 “우리 막내 딸입니다. 억수로 이쁘게 생겼지예.”하고 자랑하던 그 이뻐하던 막내딸이 집에 가도

“누구세요? 누군데 우리집에 막들어와요? 얼른 우리집에서 나가소~”하며 쫓아냈고,

어언 60년을 같이 산 저희 어머님께는

“엄마~ 나 사탕 사줘. 우리 형아가 내꺼 다 뺏어 먹었어.”하시는 7살 아이가 돼버렸습니다.

작년 여름 휴가철, 멀리 사는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막내야~올해 휴가 계획 특별한거 있나?”

“아니, 왜? 오빠야..”하고 묻자, 오빠는

“아빠가 치매 오시기전에 안면도랑 제주도 꼭한번 가보고 싶다고 한거 기억나나?”

“응, 기억 난다. 기억나지만 아빠가 저렇게 잘 못걸으시는데 어떻게 안면도랑 제주도를 가겠노?”

“큰누이랑 작은 누이는 장사 때문에 바빠서 안되고, 우리 3남매 앞에서 당기고 뒤에서 밀면서 한번 갖다 오면 안되겠나? 막내야..아부지 우리 5남매 키운다고 평생 휴가다운 휴가 한번 못가봤는데 올해는 우리가 힘들어도 힘좀 보태보자...”

이런 오빠의 말에 전 흥쾌히 동의를 했습니다. “알았다 오빠야...오빠 휴가날에 우리도 무조건 날짜 맞춰 휴가 잡을게..그래 우리가 힘을 합치면 그까짓거 못갖다올게 뭐있겠노?”

이렇게 해서 오빠네, 셋째 언니, 그리고 우리 가족, 부모님 이렇게 10명이서 우린 작년 안면도 여행을 떠났습니다.

휴가철 내내 내리는 비와 괄약근 조절이 잘 안되서 2시간마다 장소 불문하고 소변을 보셔야 하는 아버님 때문에 온가족이 소변통을 들고 다녔지만, 저흰 온가족이 함께 언덕배기에서는 휠체어를 함께 밀고, 턱이 있는 곳에서는 “하나 둘 셋”하는 구령과 함께 같이 휠체어를 들어 올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안면도 해수욕장, 부여와 공주를 거쳐 3박 4일동안 저희 가족은 무사히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여행에서 얻게 된것들: 비록 힘은 들었지만 그 여행으로 인하여 늘 삐거덕거리며 사이가 좋지 않았던 셋째 언니와 오빠는 사이가 조금 가까워졌고, 서로 각자의 생활을 하며 바빠서 서로 소원해졌던 우리 3남매들에겐 아버지의 휠체어를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형제애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요즈음은 아버님이 열심히 보건소에 재활훈련을 다니시고, 어머님과 아침 점심 저녁으로 열심히 말공부를 하셔서 아버님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어머님에게 올해 휴가에 대해 말씀하신다고 합니다.

“우리 애들하고 놀러갔다왔지. 좋았어~”하구요...

그래서 올해엔 조심스럽게 아빠와의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부지~ 올해는 우리 휠체어타고 올레길 가봐요~ 거기가 그렇게 좋다네요...아부지! 그때까지 건강하셔야 해요..."하고 오늘도 수화기 넘어 저희 형제들은 아버지에게 큰소리로 당부를 하고 있답니다...

힘들어도 늘 가족과 함께 걸을수 있는길~ 그 길위에 행복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