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많은 곳을 꺼려하는 만 4년 9개월 여자아이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부모 콤플렉스]저자)

어른들도 사람들이 동창회, 친목회 같은 모임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있듯이 아이들도 낯선 사람들이 많은 집단을 좋아하는 아이와 꺼려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게 되면 필요에 의해서 싫어하더라도 함께 있게 되지요. 사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인간의 본성입니다. 아이가 주위를 뱀뱀 돌면서 끼지 못하는 것이 어머님 입장에서는 속상하실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발달상의 문제는 전혀 아닙니다. 더군다나 아이가 유치원 생활도 잘 한다고 하니까요. 어른들 세상에서도 발이 넓고 아는 사람은 많은 이가 막상 실속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듯이 아이들 세상에서도 이 아이 저 아이 잘 사귄다고 해서 그것이 꼭 사회성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냥 아무하고나 잘 지내는 것이 사회성이 좋은 것은 아니거든요. 각자에게 맞는 사회성이 있습니다. 한 두 명의 친구와 깊게 잘 지내는 것도 나름 좋은 사회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에 아이가 아이들 많은 곳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어울리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면 모르는 아이들이 많은 곳에 자주 노출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꾸 접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어색한 것도 줄어듭니다. 하지만 아직 아이가 낯선 곳에 가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면 굳이 낯선 아이들이 많은 곳에 갈 필요는 없습니다. 나중에 때가 되면 아이들 많은 곳에 가게 해 달라고 조르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많은 곳에서 아이가 뱀뱀 돌 때 가서 놀라고 재촉하는 것보다는 아이와 함께 그 장소에 가서 노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낯선 아이들과 잠시 있다가 엄마에게 왔다가기를 반복할 텐데 그 때마다 안아주고 잘 챙겨주세요. 그러다 보면 점점 아이들과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엄마를 찾는 빈도도 줄고 엄마와도 아주 잠깐만 있다가 다시 놀러 갈 거예요. 나중에는 엄마가 아이를 찾으러 가야 하는 입장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아이의 낯설음이 너무 오래 지속이 되고 심해지는 경우는 인지와 정서를 검사하고 심리치료로 도와줘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은 위에 적어드린 요령대로 하면서 기다리면 될 것 같습니다.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