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짜리 딸이 4개월 된 동생을 때리고 할큅니다.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

흔히들 아이가 공격적이 되면 부모님들은 상황에서 원인을 찾고는 하는데 동생이 생긴 것과는 상관없이 발달의 한 단계를 넘어가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2살인 큰 따님이 동생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 얼굴도 할퀴는 행동을 볼 때 동생이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어른이 아닌 아이들을 대하게 되었을 때 관심도 가고, 관심도 끌고 싶은데 그것이 할퀴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돌 때부터 1년 동안 어린이 집에 다닐 때는 아직 신체적으로 또래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취할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고, 정신적으로도 수동적인 부분이 많아서 그러다가 이제 2살이 되니까 그런 부분이 발달단계에서 드러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어린이 집에 가거나 다른 아이들 접하는 것 자체를 줄이고 집에서 엄마와 둘이 지내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 엄마가 너무 힘들고 집에서는 동생에게 그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서 참 속상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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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육아휴직 기간이 남아 있으니까 가능하다면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 누군가 큰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집에 있게 하고 그 사람이 큰 아이의 전담상대가 되어서 놀아주기도 하고 관심도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기는 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고모, 이모 누가 되었든지 말이예요. 만약에 친척 중 와줄 사람이 없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되신다면 누군가를 고용해서 엄마의 일을 덜고 아이의 관심을 분산시킬 대상이 되면 좋습니다. 아이들은 만 3살정도 되면 언어 이해력이 증가하면서 행동으로 표현하던 것을 말로 표현하게 됩니다. 지금은 과도기인 셈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관심을 주고, 아이의 관심을 분산시킬 대상을 아이에게 파트너로 붙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게 어려우면 아빠가 일정부분 그 역할을 해줘야 할 수도 있어요. 만약에 큰 딸이 아빠를 좋아하지 않으면 아빠가 퇴근 후나 주말에는 작은 아이를 돌보고 엄마는 큰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양상으로요. 결국 관심의 대상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아이의 언어가 발달하면서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감소할 것입니다. 아이의 언어 표현력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이 되고 집에서 동생에게 공격적인 것도 줄어들면 그 때는 또래 아이들과 잠깐씩 있게 하면서 행동을 살펴보시고 공격적이지 않다고 생각이 되면 다시 어린이집도 다니게 하세요. 그리고 만약에 만 세 살이 되어서도 이런 양상이 반복된다면 전문가를 찾아서 아이의 전반적인 사회성숙도가 나이에 맞는지 검사하고 체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외동인 아이가 외로울까봐 둘째를 가지고자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들은 혼자서 부모의 애정을 독점하는 쪽을 더 좋아합니다. 형제가 있으면 좋을 것이라는 것은 부모의 생각입니다. 부모는 자녀를 똑같이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받아들이는 자녀는 그렇기 않습니다.우리들도 돌이켜보면 부모님이 오빠와 나, 언니와 나, 혹은 나와 동생을 똑같이 대했었을까요? 부모는 형제간의 우애를 기대하고 당연히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막상 자녀들은 자기들끼리 싸우고, 다투고, 경쟁하고, 우월감, 열등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감정, 그런 행동은 나쁘니까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분을 내세우기 보다는 자녀들은 부모와 입장이 다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롭고 허전해 보이는 아이들일수록 부모의 애정을 독점하고자 하는 경향이 더 크고 동생을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습니다. 동생이 생기면 큰 아이가 덜 외로워할 것이라는 것은 부모의 생각이었을 뿐이지요. 사실 부모는 아무리 큰 아이가 예뻐도 또 다른 하나를 원하게 마련입니다. 지금 아이도 예쁘지만 또 다르게 예쁜 다른 아이를 또 보고 싶은 것은 부모의 본능이자, 인간의 본능이거든요. 하지만 큰 아이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부모님들은 큰 아이 때문에 작은 아이를 가진다는 명분을 만들어 무의식적으로 죄책감을 상쇄하고자 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동생을 원했던 것은 큰 아이 가 아닌 부모님이었다는 것을 잊으시면 안돼요. 자녀들 사이의 관계는 부모가 원하듯이 사이가 좋을 수만은 없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부모의 역할입니다. 지금은 큰 딸을 배려하면서 동생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딸들이 성인이 되면 큰 딸을 보호하면서 동생을 배려해야 하는 식으로 관계의 역전이 생기기도 합니다. 부모 노릇하기란 참 쉽지 않아요.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