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35개월 여자아이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

비록 말이 빠르고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도 기억하더라도 아직 아이가 상황을 받아들이고 인지하는 것은 어른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흔히 비유인데요. 만 3세인 아이는 잘 훈련받은 셰퍼드나 푸들과 지능이 비슷하거나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아이는 아이로 봐주는 것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부모님의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안 됩니다. 갖고 싶은 물건을 울고 불고 때를 쓰고 사달라고 하는 것 역시 그 나이 때는 정상적인 행동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백화점이나 완구점에 데리고 간 후 아이가 그 앞을 지나쳐가기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근처에는 안 가는 것이 차라리 나아요.

어린이집에서 절대로 안 잔다고 하고 선생님도 못 가게하고 낯가림이 심해 또래 애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낯선 곳에 있는 것이 두렵기 때문일 거예요. 어린이집에 다닌 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만약에 아이가 지속적으로 그렇다면 잠깐 어린이 집을 쉬는 것 괜찮아요. 그리고 나중에 아이가 심심하니까 어린이 집에 가고 싶다고 할 때 다시 보내세요. 아이의 대인관계와 사회성은 다른 아이보다 빨리 한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다른 아이보다 조금 뒤쳐진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원할 때 아이가 원하는 형태도 아이가 원하는 만큼 노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친구 놀러온다고 하면 좋아하는 장난감을 베란다에 숨기는 것 역시 아직은 정상적인 행동입니다. 아직은 친구들과 장난감을 나눌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지요. 아이의 사회성이 걱정이 되어서 친구들을 오게 하는 부모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조금만 시간을 주지요. 아이는 친구들이 와도 장난감을 가져갈까봐 걱정이 어서, 자기 물건 만지는 것이 싫어서 감시하느라고 걱정이 되어서 잘 놀지도 못할 거예요. 그것을 말리면 아빠에게도 싫다고 표현을 하면서 분노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고양이가 무섭다고 하고 고양이가 보인다고 하면서 밤에 불도 안 끄고 졸면서도 침대에서 자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아직 혼자 자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아빠 엄마와 떨어져있기를 원치 않는 것이니까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 자면 괜찮을 것입니다. 억지로 분리를 했다고 해서 아이가 빨리 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칼이 위험해서 못 만지게 혼냈는데 한 살 많은 사촌언니한테 언니 우리 장난칠까하면서 싱크대 문을 열어 보라고 한 것은 나름 위험을 자꾸 접하면서 극복하려는 시도입니다. 어머님도 돌이켜 보면 처음 칼로 무언가를 자를 때, 처음 가스 불을 킬 때, 처음 라면을 끓일 때 얼마나 무서웠어요. 아이가 위험한 것을 자꾸 접하는 것은 나름 극복하려는 시도입니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 보다는 칼은 날카로우니까 안된다고 하고 손을 벨 수도 있다고 차근차근 칼을 보여주고, 칼질 하는 것도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것이 좋아요.

혼내도 잘 울지도 않고 금방 다른 것하고 노는 것은 아이의 긍정적인 점이예요. 회복탄력성이 빠른 것이지요. 그것에 대해서 아이가 엄마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엄마가 옆에 있으니까 혼내도 고통을 금세 잊는다고 생각하세요.

스트레스 받으면 눈을 깜박거리고 공격적이 되는 것은 아직 만 3세에서는 정상입니다. 전반적으로 아직 따님은 부모님의 전적인 애정을 원하는 단계입니다. 빨리 아이가 친구들과 잘 놀고 사회적 관계를 맺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억지로 그렇기 하면 할수록 아이는 더욱 힘들어집니다. 어린이 집도 잠깐 쉬고 아이가 원치 않으면 또래 친구도 집에 오지 말게 하세요. 대신 아이를 어린아이로 생각하고 전적인 애정을 주세요. 그러다 보면 아이가 아빠 엄마와 있는 것이 심심하다고 하면서 계속 친구 만나게 해달라고 하고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고 할 것입니다. 그 때 어린이 집도 보내고 친구도 만나게 하면 됩니다. 지금은 부모님이 아이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