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싫다고 하는 20개월 남자 아이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

20개월이면 아직은 분리불안이 있을 수 있는 나이입니다. 어머니가 직장을 다녀야만 하는 사정을 이해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로 아무리 잘 설명을 해도 아이는 일단 엄마와 떨어진다는 것이 슬프고 속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집 앞에서 헤어질 때마다 우는 것이지요. 그러나 어머니와 막상 헤어지면 그 안에서 잘 지낸다고 하니까 일단은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서서히 적응을 할 것입니다.

할머니가 싫은 이유 역시 어머니가 생각하니까 할머니가 오면서 엄마가 직장에 나갔다는 두 가지 사건을 연결시켜서는 아닐 것입니다. 일단 어린이집에 앞에서 어머니와 떨어져 있는 것을 봤을 때 엄마가 없는 것이 불안할 것입니다. 하루 종일 어린이 집에 있다가 집에 오면 과거에는 엄마가 있었는데 이제는 엄마가 없으니까 그것 자체가 서럽고 싫은 것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좋은 뜻에서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고 하면 아이는 더더욱 싫은 것이지요. 엄마가 없으니까 기분이 안 좋은데 할머니 말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더욱 싫은 것입니다. 할머니나 어머님 입장에서는 누군가 아이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엄마가 아닌 누군가가 자신을 돌보는 것이 귀찮고 짜증이 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이만을 100프로 위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도 일을 하셔야 하고 남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할머니에게 맡기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만약에 경제적인 여력이 되면 아주머니를 한분 더 두는 것도 방법의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어르신은 기력도 쳐지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빨리 알아채는 데도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주머니와 함께 아이를 돌보고 아주머니가 뭔가 잘못을 하나 할머니가 살펴보는 역할을 하면 바람직하기는 한데 사실 아주머니를 둘 경제적 사정이 되는 집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할머니와 아이가 서로 익숙해지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을 두고 나아지기를 기다리세요. 아이의 마음을 억지로 돌리려고 하면 할수록 아이는 더욱 슬퍼집니다. 엄마가 없어서 속상한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주세요. 그리고 할머니에게는 할머니가 싫어서라기보다는 엄마가 보고 싶어서 할머니에게 심통을 부리는 것이라고 설명을 드리고 이해를 구하세요.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