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축구부 남자애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초등학교 3학년 남아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남자는 씩씩해야 한다, 남자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남자 아이가 내성적이고 조용하면 운동 등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합니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낯선 곳에 잘 적응하는 것을 사회성이 좋다는 것으로 착각하고는 하기 때문이에요. 흔히 어려서 적극적으로 보이는 아이들 중에는 산만한 아이들, 눈치 없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사회생활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다고 하고 여기 저기 나서기는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거든요. 반면에 사람을 가려서 사귀고 주어진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내는 조용한 아이들이 조직에서는 오히려 더 환영을 받습니다. 따라서 자신감을 회복시켜주기 위해서 첫단계로 가장 중요한 것을 아이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엄마가 받아주는 것이에요. 그리고 축구부 일로 아이가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것 같으면 당분간 공부와 관계 되어서건 일상생활과 관계되어서건 절대로 야단치고 다그치지 마세요. 속상한 일이 있는 경우 엄마의 따뜻한 위로처럼 아이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이 없습니다. 아드님을 힘들게 한 아이 때문에 어머님이 아마 화가 많이 나셨을 거예요. 그 아이들과 부모에게 화가 난 것이지만 아드님은 결과적으로 자기 때문에 엄마가 화가 많이 났다고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시하거나 충고하시지 마시고 우선 얘기를 잘 들어주세요.

축구부를 그만두는 것을 아이가 싫다고 하는 이유는 그나마 놀 아이들이 거기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엄마들은 항상 과외를 딱 필요한 만큼만 시킨다고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학교, 학원만 왔다갔다 한다고 느낍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뭔가 같이하는 친구가 운동하는 친구들 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은 싫지만 재미있게 누군가와 놀 시간과 장소가 축구부 밖에 없는 것입니다. 비슷한 상황을 상담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 아이 역시 운동을 잘 못하는 아이였는데 운동부에서 아드님과 비슷하게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어요. 그런데 운동을 그만두면 엄마가 학원에 보낼까봐 그냥 운동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 축구를 구만두게 하기 보다는 축구 말고 아이가 자연스럽게 친구도 만나고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놀 수 있는 곳을 하나 더 생각해보세요. 그래서 그 곳에서 친구가 생기면 아이는 축구를 하기 싫다고 할 거예요. 그런데 절대로 공부와 관련된 것을 아이에게 권하면 안 됩니다. 아이가 하고 싶다는 것을 선택해서 하게 해 주셔야 합니다.

아이가 다른 곳에 소속감이 생기고 친구도 생기면 저절로 축구부를 그만두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이전까지는 축구부에서 아무래도 아이가 많이 힘들어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우선 아이가 축구부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아이 얘기를 잘 들어주세요. 그렇다고 너무 꼬치꼬치 묻는 듯한 느낌이 들면 아이는 전혀 말을 안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가 당하는 것 같더라도 아이 앞에서 화를 내지 마세요. 그러면 아이는 자신이 엄마를 화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힘들었겠구나 하고 꼭 안아주면서 위로해주세요. 그러면서 아이는 상황을 견디는 힘을 키우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에 바지를 벗기는 것 같이 아이가 수치심을 느끼는 상황이 다시 반복되거나 혹은 보복성 따돌림을 받는 경우가 다시 발생한다면 그 때는 즉시 축구부를 그만둬야 합니다.

자녀분이 이번 일로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다면 심리검사를 한번 받은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림검사나 문장완성 검사를 하면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가 내성적인 것이 과연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말 못할 마음의 괴로움 때문인지도 검사를 통해서 파악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심리검사를 하게 되면 엄마나 아이는 모르고 지나치는 장점도 알 수 있거든요.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