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안 가겠다고 하면서 엄마에게 분노발작을 보이는 30개월 여자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

따님이 14개월 때까지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지내다가 14개월 때 아이 아빠가 호주로 유학을 하게 되면서 14개월~24개월까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엄마와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12월부터 6개월은 어머님이 따님을 데리고 호주에 데리고 들어가서 아버님, 어머님, 따님 셋이서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3주전에 아버님은 호주에 남고 어머님과 따님은 한국으로 귀국을 하였습니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아이는 밥도 잘 먹고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이 다시 직장에 나가야 해서 아이를 돌봐주는 도우미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 어머님이 직장에 나가면 외할머니와 도우미와 아이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수요일 외할머니가 아프면서 아이와 이모와 둘이서만 있게 되었고 그 이후에 아이가 화장실에 가서 대소변을 안 보겠다고 하고 참다가 옷에 대소변을 보고 아침이면 출근하기 전 엄마에게 분노 발작을 보이고 엄마가 퇴근하고 오면 또다시 분노발작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따님이 30개월인 화장실에 안 가겠다고 하는 것은 퇴행입니다. 아마도 화장실에 혼자 있는 것이 무섭고 싫어서이기도 합니다. 한국, 호주, 한국 환경이 너무 자주 바뀌고, 주양육자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엄마에서 아빠, 엄마로 바뀌었다가, 또다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엄마로 바뀌었는데 엄마는 직장에 가야 한다고 해서 상당기간 떨어져 있어야 하고 생전 처음 보는 도움이 아주머니와 함께 있어야 하니 아이가 적응에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생면부지의 남인 아주머니와 둘이 있게 되니까 자신이 버림받은 것 같은 공포에 사로잡히게 된 것입니다.

대체적으로 이런 경우 일정기간 퇴행이 있지만 나중에는 서서히 회복이 됩니다. 대소변을 화장실에서 안 보는 것은 아이가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해서 일 수도 있습니다. 화장실문을 열고 용변을 하게하고 아이가 익숙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엄마가 앞에서 지켜보면 나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원하면 대소변 볼 때 화장실에 아이가 친숙한 어른이 함께 들어가서 놀아주면 낫습니다. 그게 아니면 이동변기에 보게 하세요.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화장실에 가게 될 것입니다.

분노발작은 엄마가 싫어서라기보다는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도 떨어져 있었고, 아빠와도 떨어져있었지만 내내 함께 있었던 것은 엄마였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다시 직장에 나가는 것이 아이의 입장에서는 있다 없다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따라서 엄마가 옆에 계속 있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른들 생각에는 도우미가 옆에 있으면 아이가 안심을 할 것 같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낯선 이와 함께 있는 것이 혼자 있는 것에 못지않게 두렵습니다. 30개월은 분리불안이 지나갈 시기이기는 하지만 아이가 거주하는 곳도 자주 바뀌고, 주양육자도 자주 바뀌면서 다시 분리불안이 강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리불안이 서서히 감소할 것입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도우미 아주머니와 아이를 둘이서만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시적인 퇴행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대소변보기나 분노발작 모두 좋아질 것입니다. 아이에게 화내거나 야단치기 보다는 일단 져줄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가족입니다. 초콜릿을 주거나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하게끔 이것저것 권해도 자신을 떼어놓으려는 것으로 아이에게는 받아들여줍니다. 따라서 아이가 울거나 힘들게 할 때는 가족들이 아이 옆에 모여서 달래주고 안아 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혹시 시간이 지나고 언어 표현도 어느 정도 능숙해졌는데도 분리불안이 지속되면 그 때는 아이의 심리상태가 어떤지 검사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