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말을 하지 않는 34개월 남자아이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

집에서는 말을 잘 하는데 밖에서는 말을 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선택적 함구증(Selective mutism) 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집 밖에서는 전부 다 말을 안 하는 아이들도 있고 친척집이나 또래 아이들이 있는 모임에서는 말을 잘하는데 어린이집 같은 공적인 장소에서만 말을 잘 안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어린이집에서는 말을 하지 않지만 어린이 집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오면 말을 잘하고는 합니다.

만약에 아드님이 어린이 집을 제외한 친척집 친구집, 식당, 놀이동산 등에서는 식구가 아닌 다른 사람과 다 잘 얘기를 하고 어린이 집에서만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 때는 어린이집이라는 환경이 아직 낯설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기다려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스트레스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집에서는 말을 잘하는 아이이기 때문에 아마도 힘든 점이 있으면 이미 얘기를 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 경우 34개월인 남자 아이를 대상으로 집에서 자꾸 얘기를 한다고 해서 어린이집에서 말문이 트이는 것은 아닙니다. 어머니가 반복적으로 어린이집에서 자꾸 말을 하라고 하면 아이는 오히려 죄책감, 열등감 때문에 말을 더 안하게 됩니다.

만약에 아이가 어린이 집 뿐 아니라 집을 나서면 또래 아이들이건 혹은 어른들이건 전혀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 때는 아이가 외부세계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는 이유가 뭐가 있을지 한번 어머님이 고민해보시고 필요하다면 심리검사도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 밖에 나가서 전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가 초등학교, 중학생, 고등학생, 성인이 되어서도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심한 부끄러움, 수줍음이 회피형인격장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으니까 혹시 영향을 끼치고 있을지도 모르는 두려움의 근원이 있나 검사 받아볼 필요는 있습니다.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