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새침 떨고, 고자질하고, 따로 노는 5세 여아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

처음에는 유치원에서 잘 지내다가 두세달 정도 지나면서 친구들과 잘 못 지내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처음에는 서로가 긴장도 되고 조심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게 되면 익숙해지면서 이런 저런 다툼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친할수록 다투기도 자주 다투게 됩니다. 따님이 다른 아이들과 잘 못 지내다 보니 한명의 아이에게 의존하게 되는데 그 아이는 다른 아이하고도 놀고 싶거든요. 그런데 따님은 그 아이가 다른 아이와 놀면 자신과 놀지 못하게 되니까 싫은 거예요. 고자질 하는 것은 감정을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고 그렇다고 다른 아이들에게 자신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선생님이 개입해서 자기편을 들어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자꾸 더 다른 아이들로 하여금 따님을 기피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어머님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얘기를 해도 아이는 그것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유치원 선생님이 얘기해도 따님이 그 지시를 따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유치원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에게 얘기를 해도 아이들이 선생님 말을 따르기도 어려워요. 흔히 아이들이 다른 아이와 잘 놀지 못하면 정서의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 아이가 마음만 먹으면 올바르게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아직 5세 경에는 대인관계와 관련된 뇌의 발달이 미숙합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 잘 노는데 있어서는 인지기능도 상당부분 작용을 합니다. 내가 이렇게 행동을 하면 다른 아이들이 좋아하고, 내가 저렇게 행동을 하면 다른 아이들이 싫어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화가 나더라도 야단을 맞을까봐, 남들이 나를 싫어할까봐 참을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참기 위해서는 미래의 결과에 대해서 단순하더라도 예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생각에는 따님이 유치원에서 많은 아이들과 관계를 가지는 경우 대인관계를 아직 감당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머님들은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접하면서 대인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하는데요. 사실은 반대입니다. 대인관계와 관련된 발달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유치원에 가야 합니다. 준비가 되어 있으면 아이들을 접하면서 사회성이 발달을 하지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을 접하면 상처를 주고 상처만 받을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일단 하루 이틀이더라도 유치원에 보내지 마시고 집에서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주세요. 만약에 아이가 유치원에 가는 것이 싫고 집에서 엄마와 있고 싶다면 일단 유치원에 보내는 것을 다음으로 미루세요. 엄마의 관심, 애정, 사랑이 아이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아야 엄마가 없는 곳에서 다른 아이들과 있어도 불안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불안하게 되면 타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지면서 자신이 원하는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면 그런 관심과 사랑을 얻어내고자 행동하게 됩니다. 그런 행동이 싸움으로 이어집니다. 만약에 하루 이틀 집에 있었는데 아이가 유치원에 가서 아이와 놀기를 원한다면 일단 유치원에 다시 보내보세요. 그러면 아마도 아이가 조금은 다르게 행동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다 불안이 점점 커지면 다시 아이들과 다툼도 생기고 스트레스도 받을 것입니다. 그러면 또다시 며칠 유치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엄마와 보내게 하세요. 아이는 엄마의 애정과 관심 때문에 마음이 안정될 것입니다. 불안도 감소하게 됩니다. 그러면 또 다시 유치원에 보내세요. 그러다 보면 쉬지 않고 유치원을 다니는 기간이 점점 증가하고 집에서 쉬는 기간이 점점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에 아이가 이렇게 중간에 쉬다가 유치원에 가기를 반복했는데도 계속 다른 아이들과 잘 못 지내고 혼자서 놀고, 새침 떨고, 고자질하는 것이 줄어들지 않고 늘어난다면 그 때는 심리검사를 통해서 아이의 마음을 알아봐야 합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정서적 힘, 대인관계 능력을 키우기 위한 아동심리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