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아이들을 피하는 19개월 남자아이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

아드님이 1달전 까지 엄마 옆에 제가 옆에 붙어 있고 할머니, 아빠한테도 안 갔던 것은 분리불안 때문입니다. 분리불안은 아이의 정서와 지능이 발달하는 가운데 어머니라는 존재가 마음속에 한 대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 필요한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그런데 19개월이면 분리불안이 완전히 사라질 때는 아닙니다. 또래 아이들을 피하는 것을 봤을 때 어린이집에 보내기는 아직 이른 것 같지만 억지로 아이들이 많은 곳에 데리고 가거나 혹은 어린이집에 보내면 아이만 정서적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입니다. 3세 미만의 나이에 다른 아이와 잘 어울리느냐 어울리지 않느냐는 발달의 문제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발달은 빠르지만 글을 읽는 것은 늦게 발달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말을 하는 것은 빠르지만 집중력은 늦게 발달합니다. 뇌의 발달이 어느 정도 괘도에 올라갈 때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뇌의 받달이 아직 괘도에 올라가 있지 않은데 아이가 원치 않는 상황을 자꾸 접하게 하면 오히려 아이가 다른 또래 아이들을 더욱 더 멀리하게 됩니다.

아이가 또래 아이들을 멀리 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아드님 나이 또래의 아이들은 아직 협조적인 놀이를 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또래 아이들과 함께 놀다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빼앗기게 됩니다. 놀이터에서 흙을 파고 있으면 다른 아이가 밀고 들어오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으면 다른 아이가 달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또래 아이들을 피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정상적입니다. 나중에 서로 협조를 하면서 함께 노는 단계에 돌입하면 친구를 사귀게 됩니다. 더군다나 아직 엄마와 떨어져 어린이집에 가고 싶지 않은데 어린이집을 처음 접하고 나서 또래 아이들을 더욱 더 피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또래 아이들이 많은 곳에 가면 어머니가 자신을 떼어 버리고 어딘가로 갈 것이라는 두려움이 더해졌을 것입니다. 따라서 일단 아드님은 어머니와 둘이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