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의 친구하고만 놀려고 하는 7세 여아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

먼저 나서서 친구를 잘 사귀는 아이가 있는 반면 한명의 친구하고 편하게 지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어렸을 때의 타고 태어난 성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단짝이 다른 아이와 놀아서 속상하다고 할 때 야단을 쳐도 소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만 더욱 기가 죽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용기를 내서 같이 놀자고 얘기를 해보라고 시키는 것도 별로 소용이 없습니다. 결국 따님은 그 한 아이를 독점하고 싶은 것이거든요. 셋이서 놀고 싶지 않은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따님의 단짝 친구의 마음은 그렇지 않거든요. 누구 하나와만 놀기보다는 이 아이하고도 놀고 저 아이하고도 놀고 싶은 것이지요. 반대로 그 아이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면 다른 아이와 노는 것을 따님이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따님이 왜 이러는 것일까요? 우선은 앞서 언급했듯이 타고 태어난 부끄러운 기질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지능이 좋아지듯이 사회성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발달을 합니다. 때가 되어야 걷게 되고, 때가 되어야 말을 하듯이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대인관계도 발달을 합니다. 따님의 현재 사회성은 한 아이와 관계를 가지는 것은 편하지만 여러 아이와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그것에 대해서 야단을 치거나,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친한 단짝이 다른 아이와 놀 때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질투, 분노, 외로움, 서러움 같은 감정입니다.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달래주는 것이 바로 엄마가 할 일입니다. 아이가 힘들어할 때 엄마가 온전하게 전적으로 위로해주는 것처럼 아이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이 없습니다. 목이 마른 아이에게 물을 이렇게 마셔라, 물을 저 그릇에 따라 마셔야 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실 물을 주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있어서 엄마의 관심과 사랑은 목마른 이에게 물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엄마가 충분한 애정을 갖고 위로해주고 기다리면 대부분 아이는 스스로 용기를 내어 시도하고, 좌절하고, 슬퍼하면서 친구를 찾아냅니다. 따님이 친구들의 옷, 양말, 소매길이, 머리스타일 등을 따라하려고 하는 것은 아주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혼자 그림을 그리는 것도 감정을 스스로 치유하려는 시도입니다. 친구들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려고 하는 것, 유치원 준비물을 다른 친구들도 가지고 가는지 관심을 가지는 것도 변화의 시작입니다.

동생들이 있다가 보니까 7살 아이가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7살 아이는 아직도 꼬맹이입니다. 엄마 입장에서는 둘째, 셋째 때문에 힘들어죽겠는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큰 딸이 속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7살 아이는 아직도 아빠 혹은 엄마의 전적인 관심을 필요로 합니다. 한방에서 다섯 명이 전부 다 자고 다 함께 생활을 하다 보면 딸아이의 입장에서는 관심과 애정을 온전히 받을 시간이 없습니다. 동생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엄마와 단 둘이 얘기하는 시간이 하루에 단 30분만 있어도 따님은 훨씬 더 행복할 것입니다. 밤에 엄마의 손을 잡는 것도 동생들의 방해 없이 엄마의 손길을 느껴보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데 엄마가 화를 내면 따님은 거부당했다는 생각에 마음속에서는 밤새 한참을 울지도 몰라요. 그러다 보면 적어도 친구는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런데 내 친구라고 생각한 아이가 또다시 다른 아이와도 노는 것을 보면 화가 나게 되는 것입니다. 집에서도 동생들에게 밀려서 불완전한 애정만 받는데 친구관계에서도 다른 친구에게 밀려서 불완전한 애정을 받게 되니까요. 딸에게 화내지 마시고 하루 30분만 다른 식구들이 모두 없는 가운데 따님과 단 둘의 시간을 보내세요. 그것만으로도 따님은 많이 좋아질 거예요.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