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살이 넘었는데도 지금도 낯가림이 심합니다.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는 낯가림(Stranger anxiety)는 빠른 경우 생후 6개월부터 발생합니다. 대체적으로 8개월 내외가 되면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서 18개월~20개월 정도가 되면 감소합니다. 주로 양육을 담당하는 엄마와 떨어져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리불안은 8개월 정도에 시작이 되어서 13개월~15개월 절정을 이루다가 이후에 만 2세 정도가 되면 감소합니다. 주로 양육을 하는 대상이 어머니가 아닌 경우 할머니나 아버지 같은 다른 대상에 대해서도 분리불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낯가림과 분리불안은 그 심리적 기제가 다르기는 하지만 양자 모두 불안이라는 심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분리불안이 심한 아이가 낯가림이 심하고, 낯가림이 심한 아이가 분리불안이 심한 양상이 있습니다. 불안이 심한 아이는 편도를 비롯한 불안을 담당하는 뇌부위가 민감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기억하고 분위기를 파악하는 인지기능의 발달이 상대적으로 더딘 것도 영향을 줍니다. 아이가 만 세 살이 넘어서도 낯가림이 심한 것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불안이 심한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에는 그저 소리 한번 지른 것이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겁에 질리게 됩니다. 소리 지르고 혼내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하물며 어떠한 형태로건 체벌을 하는 경우 공포감에 사로잡힙니다. 훈육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체벌하는 것은 절대금기입니다. 가급적 아이를 칭찬해주고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에 아이가 원치 않는다면 낯선 곳에 가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아이가 사람들이 많은 곳을 아직 싫어하는데 억지로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간다고 해서 사회성이 형성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서 대인관계와 관련된 뇌가 발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사람 많은 곳에 가서 겁에 질리는 일이 반복될수록 불안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겁에 질리는 일이 반복될수록 불안에 더욱 민감해집니다. 낯선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면 그 장소에서도 문제이지만 집에 와서도 아이는 엄마 아빠에게 소리지르고 떼를 쓰게 됩니다. 불안에 대한 보상으로 위로를 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님도 너무 힘들어 아이에게 짜증을 내다보면 아이는 더욱 불안해지면서 더더욱 소리지르고 매달리게 됩니다. 부모님께서 좀 갑갑하더라도 아이의 정서발달, 대인관계발달이 어느 정도 레벨이 될 때까지는 주로 가족들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이에게는 좋습니다. 아이가 심심하다고 하면서 가고자 할 때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른 사람들을 접하게 하세요. 아이가 싫어하는 듯 하면 빨리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안정을 찾게 해줘야 합니다.

친구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안에 민감한 아이들은 욕심 많은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항상 손해를 봅니다. 엄마들은 아이가 그나마 만나는 아이가 없으니까 누군가를 붙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같은 나이 또래 사촌과 같이 친척인 아이를 집에 오게 하고는 합니다. 그런데 착하고 순한 경우에는 도움이 되지만 드센 아이들의 경우 악영향을 줄 뿐입니다. 아이가 자리에 앉으려고 하면 꼭 그 자리를 빼앗아 앉으려고 하고, 아이가 어떤 장난감을 손에 쥐면 꼭 그 장난감을 빼앗아서 놀려고 하는 친척 아이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함께 있지 않게 하는 것이 낫습니다. 불안이 심한 아이의 경우 어린이 집에 가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들이 다 어린이집에 가는데 우리 아이만 안 가면 뭔가 뒤처지는 것 같아서 불안해하는 어머님들이 종종 계십니다. 하지만 정서발달과 사회성발달에 대해서 등수를 매기는 경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아이마다 다 적당한 시기가 있는 것입니다. 겁이 많고, 불안에 민감한 아이들의 경우 억지로 어린이 집에 보내기 보다는 스스로 위로하는 힘이 생길 때까지 집에서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