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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사교육

글쓴이 조양래

등록일 2015-07-30 17:53

조회수 8,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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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사교육

 

대학에서 교육학을 가르치는 50대 교수님의 경험담을 읽은 적이 있다.

 

그분에게는 두 명의 아이가 있었다. 첫째 아이를 키울 때는 ‘공부는 자기가 스스로 하는 것이지.’ 하는 생각에 무심하게 둔 반면, 둘째 아이는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껴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놀랍게도 결과는 현저히 달랐다. 자라난 환경이 비슷한데도 둘째 아이가 월등히 우수한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나 역시 두 아이를 키운 아버지로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첫째 아이를 키울 당시 나는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었다. 아내 또한 프리랜서 기자였던 까닭에 나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내는 워킹맘이었다. 사업을 시작한 뒤로 더 바빠져서 두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거의 없었다. 특히 주말에도 바빠서 두 아이들을 회사 근처에 있는 서점이나 도서관에 데려다 주고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도록 히곤 했다. 이게 그나마 두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작은 노력이기도 하다.

 

그 덕분인 지 두 아이 모두 초등학교 때는 모두 공부를 잘했다. 엄마가 옆에서 끼고 학습지를 푸는 친구들보다 더 우수한 성적을 받아오곤 했는데 그때마다 마음 한편으로는 고맙고 기쁘면서도 "아빠는 너희가 튼튼하게만 자라면 된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했다.

 

큰 아이는 아들인데다 일하는 엄마를 둔 탓에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편이었고, 동생도 잘 봐주곤 해서 완전히 믿고 있었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가고 공부보다는 친구들을 더 좋아하고 친구따라 학원에 다니겠다고 해서 네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한 게 화근이었다.

성적표 한번 제대로 보지 않았던 것 같다. 1학기가 끝나고 받아본 성적표는 기대수준이하였다. 회사에서 야근중이던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이대신 아내에게 화풀이를 했다. 사정을 들은 아내가 되려 내 잘못을 탓하였다.

 

"평소에 좋은 아빠인 척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라고 말했으면서 이제와서 성적으로 아이를 닥달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일관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내의 주장은 적어도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면 그런 욕심부터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두 아이들 모두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잘해왔기 때문에 특별히 애한테 어떤게 필요하고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 잘 알지 못하였다. 이후에 과외를 시키기도 하고, 학원도 보내는 것으로 적당히 타협을 보았지만 한번 때를 놓친 큰 아이의 성적은 좀처럼 되돌릴 수 없었다. 한술 더 떠서 성적은 안되더라도 성격은 되니깐 먹고 사는 거 문제없을거라는 아내의 초긍정적 인생관과 더불어 한켠으로 밀렸다.

 

아들을 키울 때는 내가 다니던 직장에서 지방출장도 많고 회사일로 바빠서 시간을 많이 내지 못한 탓에 프리랜서로 일하던 아내가 도맡아 키웠다. 그런데 둘째는 딸이어서 그런 지 아빠입장에서는 더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책을 좋아해서 독서를 많이 한 덕분인 지 영민하기도 해서 하는 말마다 기특할 따름이었다. 게다가 딸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영재교육원에 추천해주었는데 그 시험에 붙은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강남에 있는 학원에라도 보내주고 싶었지만 도통 짬이 나지않아서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다만 어릴 때부터 바쁜 엄마 없이 두 아이들과 주말에는 항상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노력했고, 아이들의 학교 생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곤 했다. 어느 사이 머리가 다 커버린 아들과는 점점 함께 할 시간이 없어졌지만, 둘째만큼은 큰 아이를 키우면서 했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조금 더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아이가 읽는 책을 추천해주거나 읽고 싶어하는 책을 사주곤 했다. 아이가 읽은 책을 새로 책장을 구입해서 진열해주고 이게 네가 읽은 책이라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학습습관 등에 조금씩 더 신경쓰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이가 뭔가 성취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칭찬해주고 성취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아이도 이런 아빠의 노력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관심을 쏟아주고 기대해주는 것. 그런 것이 아이에겐 성장의 동력이 되었다. 이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부모, 특히 아버지의 관심과 학습에 개입하는 정도에 따라 아이의 학업 성취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아버지야말로 훌륭한 스승

 

4대째 노벨상 과학자를 배출한 명문가 퀴리 가문을 만든 최고의 스승도 다름 아닌 친아버지다. 피에르 퀴리의 아버지이자 마리 퀴리의 시아버지인 외젠 퀴리는 뛰어난 가정교사와 스승의 역할을 자신이 대신하면서 자연과학을 사랑하는 퀴리 가문의 가풍을 만드는 데에 공헌했다.

외젠 퀴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데 앞장선 선량한 의사였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어 두 아들과 함께 동물과 식물 실험을 했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과학에 대한 흥미를 키우도록 애썼다. 실제로 자연과의 접촉은 아이들의 정신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계절에 따라 숲속과 강, 늪지대를 오가며 자연 현상을 관찰하는 법을 배웠고, 개구리를 직접 해부해 보며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을 쌓아갔다. 

 

두 아들 중 동생 피에르 퀴리는 지적 발달이 늦은 지진아이기도 했다. 외젠 퀴리는 아들이 비교를 당하거나 상처 받아 공부를 포기하는 상황을 염려해 가정교사를 자처했다. 그는 아들을 중고등학교에 보내는 대신 집에서 가르치며, 정규 교육에 버금가도록 열성적으로 가르쳤다. 다양한 독서를 통해 지식의 폭도 넓혀갔다. 외젠 퀴리는 틈나는 대로 자신의 서재에 파묻혀 독서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두 아들은 이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이다. 피에르 퀴리가 장애에 굴하지 않고 과학에 대한 지식과 열정을 쌓은 데에는 아버지의 숨은 노력과 배려, 평소 습관이 있었다. 그리하여 훗날 피에르 퀴리는 1903년 부인인 마리 퀴리와 공동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세계 명문가의 부모들이 모두 똑똑하거나 부유하거나 시간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평범한 부모는 평범한 부모대로, 못 배운 부모는 못 배운 부모대로, 가난한 부모는 가난한 부모대로 자신이 가진 최대한의 자원을 나누고 공유하려고 노력하면 된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록펠러는 심지어 행상을 하던 떠돌이 기질의 아버지로부터 경영과 인생을 배우기도 했다.

 

자녀에게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시간을 내는 것이다. 일하는 부모라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부채의식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 목표를 정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 특별한 곳이 아니어도 아이와 함께 드라이브를 한다. 한강 공원에서 함께 컵라면을 먹으면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아빠의 소원을 말하기도 한다. 

 

자식을 잘 키우고 싶다면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을 보내보자. 우선순위가 일보다 자신에게 있다는 것만 알게 되어도 아이는 든든한 안정감과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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