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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네 가지 기준으로 사람을 판별하였다. 첫째, 풍채나 외모가 풍성하고 훌륭하여야 하고, 둘째 언변이나 말투가 분명하고 발라야 하며, 셋째 글씨체가 굳고 아름다워야 하고 넷째, 글의 이치가 우아하고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처럼 글씨는 인물의 됨됨이를 평가할때 중요한 척도였다.
아직도 초등학생들의 학습의 기본은 손으로 쓰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하루에 컴퓨터를 만지는 시간보다 수업시간 동안 필기를 해야 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어린이들의 글씨는 성격이나 정서 등을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 있는 아이들의 글씨는 반듯하다. 따라서 어린이의 글씨체에 문제가 있다면 저학년 때 바로 잡아 주어야 한다. 이 시기를 넘기면 필체가 이미 고정화 되어서 고쳐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글씨는 빨리 쓰는 것보다 정성들여 안정감 있게 쓰도록 지도해야 한다.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산만한 어린이의 경우엔 서예를 가르치면서 글씨체를 교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예를 하면서 글씨를 정성스럽게 쓰다 보면 지구력이나 정서적인 안정감도 길러줄 수 있어 좋다.
아무리 키보드로 글자를 찍는 세상이 왔다고 해도 글씨는 개인의 고유함을 상징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제 손으로 직접 반듯반듯하게 글씨를 쓰는 즐거움을 가르치는 것이 좋다.
어린이들의 글씨체가 나빠지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나 수치화된 자료는 없다. 하지만 일선교사들 대다수는 예전에 비해 아이들 글씨가 악필이 되어 간다고 확신하고 있다.
사실 최근 몇년 동안 컴퓨터, 프린터 등의 보급이 늘면서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웬만한 문서는 모두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해결한다. 주요 일간지 신춘문예 소설,평론 부문의 경우 지원자의 90% 이상이 컴퓨터를 이용해 작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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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상담소 정송 소장은 특히 ‘손이 제 2의 뇌라’는 말처럼 처음 글쓰기를 익히는 어린이들에게는 단순히 손의 소근육을 쓴다는 것을 넘어, 뇌의 시지각운동 지시활동을 통합하는 중요한 기술임을 강조한다.
“요즘 아이들 글씨체가 엉망인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성격이 급해서 글씨가 날림체가 된 이유도 있고, 쓰기를 시작할 때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이유도 있습니다.”
자녀교육 상담소 정송 소장은 아이들의 글씨가 악필인 경우 글씨 쓰기를 더 싫어하게 되는 이유가 되고 있어 글씨 쓰기를 처음 배울 때부터 제대로 정확하게 쓸 수 있도록 지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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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글씨를 잘 쓰기 위해선 우선 손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글씨를 잘 쓰기 위해서는 손의 협응능력이 필요한데 손에 힘이 없어 글씨에도 힘이 없다는 것. 따라서 글씨를 쓰기 시작하기 전부터 손 놀이를 많이 시켜 주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위질을 많이 해보는 것, 헌 잡지나 신문, 광고 팜플렛 등에 나온 그림들을 자주 오려보게 하면 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찱흙놀이나 만들기 등을 통해 손의 협응능력을 길러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문자교육은 먼저 잘 듣고, 말하고, 읽는 다음에 쓰기 순서로 발달합니다. 조기교육 바람이 불면서 아이들이 글씨를 읽기 시작하면 무조건 글씨 쓰기를 시키는 엄마들이 많은데,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손에 힘이 없는 상태에서 쓰려다 보니 마음 따로 손 따로 움직이고 글씨체가 엉망이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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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자세로 글씨를 쓰다보면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날림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글씨를 쓸 때 연필의 기울기는 60~68도로 하고 가볍게 쥐도록 하고 반듯하게 앉아서 쓰도록 하는 습관을 들여 놓는 것이 좋다.
글씨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들이 연필을 쥔 자세가 바르지 못한 경우도 있다.
가장 흔한 예로 엄지 손가락이 검지 손가락 보다 아래로 내려오면 연필이 힘을 받지 못해 글씨가 날아다닐 수 있다. 이런 경우 글씨 쓰는 주된 손가락인 검지에 힘을 줘서 쓰도록 하면 놀랄 정도로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제대로 쓰는 법을 익히게 될까.
처음 줄긋기를 시작할 때 위로 치솟거나 아래로 내려긋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우니 칸이 쳐진 노트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쓰기 노트는 대부분 한 줄에 칸이 8개나 10개 정도인데, 처음 시작할 때는 5칸 정도로 큰 칸에서 글씨 쓰기를 해서 점차 연령에 따라 칸이 적은 것으로 옮겨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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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샤프펜슬을 많이 사용하는데, 샤프펜슬은 힘을 주지 않아도 잘 써지고 조금만 힘을 주면 샤프심이 똑똑 부러진다. 힘을 줘서 또박또박 쓰기엔 부적당하다. 그래서 색연필이나 연필이 좋은데, 연필은 몸체가 둥근것보다는 어린이들이 손으로 잡으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되는 육각형 연필이 더 좋다.
하지만 무조건 아이들에게 쓰기만을 강요하면 싫증내고 더 싫어하는 역효과만 거둔다. 따라서 쓰기 연습이 싫증나지 않게 하려면 먼저 모양이 서로 다르고, 크기도 큰 활자를 자주 접하게 해서 글자 모양에 흥미를 갖게 할 필요가 있다.
또 글씨를 잘 쓰려면 그만큼 연습도 많이 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 작업을 반복하는 일은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겐 즐거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자주 글씨를 써보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엄마가 반듯반듯하게 써주고 함께 써보도록 하는 방법, 재미있는 그림책이나 동화책 내용을 자기 식으로 옮겨 적어 보게 하는 방법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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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글씨를 예쁘게 쓰던 아이들이 점차 학년이 바뀌면서 악필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성장하면서 변하는 성격과 밀접한 원인이 있다. 주위가 산만하거나 성격이 급한 아이들은 마음이 바쁘다 보니 글씨를 또박 또박 쓰지 못하는 것. 이 경우엔 우선 아이들이 차분하게 앉아서 글씨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부모가 옆에서 지도해주는 것이 좋다.
특히 성장하면서 필체가 점점 악필이 될 경우엔 무엇보다 부모의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해서 너무 반듯하게 쓰기를 강요하면 아이가 오히려 부모가 보는 데서는 글씨를 쓰지 않으려고 해서 결국은 필체를 고쳐주는데 실패할 수 있다. 또 글씨체가 흐트러지기 시작할 즈음 부모가 무관심해서 방치해 두면 그것이 고정화 된 후엔 더 고치기가 힘들다.
“어느날 보니 아이 글씨가 엉망이에요. 잘 좀 써보라고 옆에서 다그쳐도 소용이 없더군요. 그래서 예전에 아이가 썼던 노트를 보관해 둔게 있는데, 그걸 보여주면서 너가 이렇게 글씨를 잘 썼으니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고 했더니 조금은 좋아지더군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글씨를 고쳐준 주부 이경화(35)씨의 경험담이다. 이경화 씨는 특히 아이들이 일기장을 쓸 때, 옆에서 함께 그날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쓰도록 도와주면서 글씨 쓰는 것도 봐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이가 글씨를 잘못 썼다고 해서 엄마가 지우개로 박박 지우고 다시 쓰라고 해서는 안되요. 차분하게 쓰도록 도와주고 깨끗하게 쓰면 잘 썼다고 칭찬해주면 점점 좋아져요.”
자녀의 글씨를 고치는게 힘들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필경 노트나 방문학습지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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