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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교육 실천플랜 엄마길잡이 1단계(사물인지)
2단계(문자도입) 3단계(낱말읽기) 4단계(의성, 의태어)
5단계(동요, 동시) 6단계(동화읽기) 7단계(낱글자읽기)
사물인지와 문자도입 과정을 통해 아이가 사물에 대한 느낌을 채우고 문자를 받아들이게 되었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한글 학습에 들어갈 수 있다.
한글의 가장 좋은 학습 방법은 사물과 그에 해당하는 낱말을 연관시켜 될 수 있으면 많이 반복해서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사물을 나타내지 않는 낱자부터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물을 표현하는 낱말을 가르치는 것이 한글 학습의 출발점이 된다.

낱말 단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이가 모든 사물마다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은 말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나나’라는 소리를 들으면 아이가 바나나를 가리키거나 머리 속에 바나나 그림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것에 해당되는 ‘바나나’ 낱말을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모르는 사물의 이름 낱말을 가르치는 것은 부적당하다.
모르는 낱말을 가르치려면 반드시 전단계로서 사물인지 학습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낱글자를 제외한 한글 학습 전과정에서 아이는 모든 글자를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한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이가 덩어리에서 분화의 느낌을 갖고 낱글자를 알게 되는 인식과정은 철저히 아이의 몫이다.

아이의 인식과정과 상관없이 억지로 글자를 쪼개 보여주는 것은 아이에게 한글을 어렵게 느끼게 할 뿐이다.
엄마는 단지 아이의 인식흐름을 관찰해 단계에 맞는 적절한 한글 학습환경만 제공하면 아이는 스스로 알아간다.
좋아하는 사물은 이름부터 안다
낱말을 덩어리로 인식한다
낱말을 변별하기 시작한다
색깔의 차이로 낱말을 변별한다
낱말과 관계있는 특정한 모양을 통해 변별한다
낱말이 있던 장소를 단서로 변별한다
낱말의 형태를 통해 변별한다
낱말의 선이나 구조의 복잡성을 단서로 변별한다
아는 낱말을 통해 다른 낱말들을 구별한다
아이들마다 처음으로 하는 말은 각기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생활하면서 자주 보고, 듣고, 먹고, 만져 봐서 잘 알고 있고 또 좋아하는 사물의 이름부터 말하기 시작한다.

낱말을 알아가는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동윤이가 24개월이 되어 말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나는 우선 쉽게 생각되는 낱말과 받침이 없고 짧은 낱말을 몇 개 골라 낱말카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낱말카드를 보여 주며 재미있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동윤이는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마 동윤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물의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에 흥미가 없었을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물 이름이 아이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그것은 낱말을 알려고 하는 욕구로 이어진다. 어른의 사고방식으로 쉽다고 생각한 낱말을 일방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동윤이가 흥미를 가지지 못한 것이다.

낱말 학습의 난이도는 그 사물을 얼마나 알고 있고, 좋아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므로 아이마다 다르다.예를 들어 ‘꽃’과 ‘새’라는 낱말을 비교했을 때, 아이가 새보다 꽃을 더 좋아한다면 ‘새’보다 ‘꽃’을 훨씬 더 쉽게 읽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별보다 비행기를 더 좋아하면 ‘별’이라는 한 글자로 된 낱말보다‘비행기’라는 세 글자로 된 낱말을 더 쉽 게 알 수 있다.

차를 타고 할머니 집에 가는 도중 지하철 공사장을 만났다.
갓 돌이 지나 몇 낱말밖에 말하지 못하는 기준이에게 공사 현장은 시선을 끌 만한 것들이 많았나 보다. 기준이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흙더미를 퍼 올리는 포크레인을 보더니 신기한지 손으로 가리키며 저게 뭐냐고 나 에게 묻는 듯했다.
나는 아이에게, 어려운 영어 낱말을 알아듣겠나 싶어, 건성으로

“포크레 인이야, 포크레인!”

하고 말해 주고는 곧 잊어 버렸다.

그런데 며칠 후 아이를 안고 그 공사장을 다시 지나게 됐을 때의 일이다.

“포크레인”

갑자기 손으로 가리키며 말하는 기준이 때문에 깜짝 놀랐다.
아이는 낱말을 그것의 길고 짧음, 간단함과 복잡함에 관계없이 하나의 덩어리로 받아들인다. 이것은 어린아이들이 주로 우측 뇌를 사용하여 주변 세계를 패턴으로 인식하는 것과 연결된다.

이렇게 아이가 낱말을 하나의 덩어리로 받아들이는 단계가 한글 학습의 첫 단계이다.
어린아이들에게 특히 뛰어난 패턴 인식 능력 가운데 하나인 패턴 읽기는 낱말 한 덩어리와 그에 해당하는 사물, 또는 문장 한 덩어리와 그에 해당하는 느낌과 이미지를 동시에 머리에 떠올리는 것을 말한다.

집안 이곳 저곳에 붙여 놓은 낱말카드를 가지고 한글을 가르쳐 주기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민구는 ‘거울, 냉장고, 전화’ 정도는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민구 아빠는

“저렇 게 가르쳐서 언제 한글을 떼냐?”

며 민구를 앉혀 놓고 낱말카드로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민구야, 이게 뭐지?”

“전화”

“그래? 그럼 이건(‘전’자만 가리키며).

“전화”

‘화’자를 손으로 가리고 다시 ‘전’자를 가리키며 물어도 아이는 계속 “전화”라고 대답했다.

“아니, 이거 말이야, 앞의 글자.”

민구는 점점 커지는 아빠 목소리에 울어 버리고 만다.

이 단계에 있는 아이는 하나의 낱말을 하나의 사물 이미지와 함께 떠올리며 읽는다.
그러므로 이때 아이에게 한 글자씩 따로 읽어 보라고 하면 아이가 가지고 있는 전화기에 대한 하나의 이미지를 쪼개는 것이 되므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낱말들간의 차이를 느끼며 일정한 법칙을 찾아내는 데는 꽤 여러 과정을 거친다.

우선 색에 대한 느낌을 단서로 낱말의 차이를 알아 간다.
그 다음에는 낱말과 관계 있는 사 물의 모양을 단서로 알아 간다.
이외에도 장소나 낱말의 형태, 구조를 통해 하나하나의 낱말 을 변별하기 시작한다.
아이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보편적으로 아이가 새로운 낱말을 대할 때 가장 강하게 느끼는 것은 색이다.
점차 형태, 선에 대한 느낌으로 보기 시작한다.
이것은 자기가 본 고유한 느낌 으로 낱말을 받아들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즉 낱말의 구조에 대한 느낌 이전에 낱말이 주는 여러 가지 이미지로 낱말을 추측해 들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낱말의 선이나 형태와 같은 구조를 알게 되는 것은 나중 일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같은 낱말이라도 색깔이 달라지면 읽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빨강색으로 쓴 ‘자동차’ 낱말을 보아 온 아이는 검정색으로 쓴‘자동차’ 낱말은 읽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색으로 쓰여진 같은 낱말을 계속해서 보게 되면 차츰 공통점을 발견해 구별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다양하게 많이 보여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낱말과 관계 있는 특정한 모양이나 형태를 통해 변별하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이를 데리고 지하철에 탄 엄마가 차 바닥에 그려진 대우 마크 위의 글자를 보고 아이에게

“이게 뭐지?”

하고 물었다. 아이는 자신있게

“대우”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엄마는 또다 시 벽에 쓰여진 ‘대우 중공업’ 글자를 보고 ‘대우’ 글자만을 가리키며

“이게 뭐지?”

하고 물었다.
아이는 한동안 쳐다보는 듯하더니 얼마 안돼 딴청을 부리며 창밖을 내다보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글자를 알아서 읽은 것이 아니라 대우 마크의 모양을 통해 ‘대우’를 읽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아이들은 마크를 좋아하고 그래서 다른 것보다 쉽게 느낌을 채워 간다.
이런 예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카콜라 마크를 보고 ‘콜라’라고 읽거나 ‘칠성 사이다’를 보고 ‘사이다’로, ‘페리오 치약’을 보고‘치약’이라고 읽는 것은 사물 의 모양을 단서로 낱말을 읽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낱말과 관계 있는 특정한 모양이 없으면 아이는 같은 낱말이라도 읽을 수 없게 된다.
동물 그림 스티커를 너무 좋아하는 동원이는 공룡 그림 스티커는 왼쪽, 사자는 아래쪽, 원숭이는 오른쪽 벽에 붙여 놓고 수시로 보며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낱말카드를 이불이라고 말하며 그 위에 하나하나 덮어 주었다.
그리고는 재우기 놀이를 했다.

“공룡 재우고 와.”

하면 동원이는 낱말카드만 보고 정확히 공룡을 찾아내어 잘 자라고 뽀뽀를 해 준다.
사자, 원 숭이도 같은 식으로 했는데 아이는 이름을 부르는 대로 낱말만 보고도 동물을 잘 찾아냈다.

다음날 아침, 공룡, 사자, 원숭이 낱말카드를 따로 떼 내어 바꿔 붙여 놓고 어제와는 반대로 깨우기 놀이를 했다.
그런데 동원이는 어느 낱말카드도 제대로 지적하거나 읽지 못했다.
아이는 낱말이 있던 장소를 기억하고 그 기억을 더듬으며 낱말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문자 도입 단계에서 사물 그림을 백지로 덮어도 찾아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는 낱말이 있던 장소를 통해 낱말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아이가 다양한 낱말을 많이 보게 되면서 차츰 그림을 보듯이 낱말의 형태를 기억하는데,‘손가락’과 ‘발가락’을 같은 낱말로 읽을 수 있다.
여기까지가 낱말에 대한 미분화 변별력 단계이다.

아이는 비슷하게 생긴 낱말은 같은 낱말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두뇌 이론상으로는 미분화, 즉 분화가 덜되어 있는 상태라고 한다.
미분화 상태란 낱말을 구조에 대한 느낌으로 변별하는 것이 아니라 길이나 복잡성 등 단순한 형태에 대한 느낌으로 구별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느낌이 갈수록 분화되어 결국 낱말 구조의 미세한 차이점까지 느끼게 된다.
바로 낱말 구조의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 낱말의 법칙을 깨닫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단계가 되면 아이는 완전히 낱말을 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자기가 아는 낱말을 신문 이나 잡지 등에서 골라내 지적할 수 있다.
아이에게 본격적으로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아이가 18개월 됐을 때였다.

한글 학습 을 진행하면서 아이는 책을 많이 봤는데 특히 자연 관찰에 관한 책 중에서‘고무’에 대한 부분을 좋아했다.

그런 어느 날, 아이는 책을 보던 중에

“엄마, 고무, 고무”

말하는 것이었다.

“고무가 어디 있니?”

되묻자 아이는 정확하게 그 페이지에 있는 ‘고무’ 낱말들을 지적하면서

“여기, 고무 있잖아.”

하는 것이었다.
난 그런 아이가 정말 사랑스러웠다.
엄마는 느끼지 못했지만 아이는 그 동안 한글 학습이나 자기가 본 책을 통해‘고무’라는 낱말에 대한 느낌을 스스로 쌓아 어느 순간에 완전히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어디에서든지 스스로 ‘고무’라는 낱말을 찾아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자와 ‘무’자를 따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좋아하는 사물의 이름을 금방 알아 간다.
그래서 이런 낱말들을 중심으로 반복해서 많이 보게 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낱말을 보고 지적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아는 낱말을 통해 새로운 낱말을 늘려 간다.
즉 하나의 낱말을 알고 있다면 새로운 낱말을 모르 더라도 두 개 중에 모르는 낱말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확실히 아는 낱말을 통해 다른 여러 낱말들을 알아 나가면서 아이는 한글의 세계를 넓혀 나가고 한글 법칙에 접근한다.

그러나 아직 아이는 완전히 한글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많은 낱말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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