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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하기 놀이를 충분히 하였다면 서서히 문자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이에겐 문자가 아니다. 아이는 사물 그림의 또 다른 이미지로 느끼게 된다. 즉 구체(사물그림)에서 추상의 기호(문자)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이에게 문자를 읽도록 강요하기 보다는 또 하나의 이미지로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이 때 보여주는 문자는 인쇄체의 문자보다는 그림처럼 그려진 문자가 좋다. 또한 문자의 색깔도 사물 그림과 비슷한 색으로 하여 문자를 보면서 사물 그림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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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학습을 하기 전에 주위에 정신을 분산시키는 것이나 소리가 나는 물건은 치워두는 것이 좋다. 아이는 어른에 비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고, 관심이 집중 되지 않으면 쉽게 흥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 몸이 좋지 않거나 하고 싶어하지 않을 때는 되도록 피한다.
꼭 그날 그 시간에 해야 한다는 것은 엄마의 기준일 뿐이다.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아이 기분이 좋아야 배우는 것도 즐거울 수 있다.
또 때로는 엄마가 적극적으로 아이의 기분을 바꿔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환경을 바꾸거나 아이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새로운 놀이를 찾는 것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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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좋아하는 나비와 토끼, 꽃 그림을 벽에 붙여 두고서 한참을 보여 준 다음에, 아이가 이제는 그림이 있는 곳을 잘 알게 되었다고 생각될 때 문자 카드를 만들어 덮었다. 그리고서 아이에게
“나비가 어디에 숨었을까?”
물으면 아이는
“나비 없다, 없어.”
하면서 이곳 저곳을 마구 들쳐 본다.
그러다가 어떤 때는 잘 맞추고 또 어떤 때는 틀리기도 한다.
아이가 찾아다니는 것은 나비 그림이다.
엄마는 아이가 ‘나비’라는 문자를 한 번 더 봐 주기를 바라지만 아이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만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 아이는 숨어 있는 사물을 찾아다니며 계속해서 문자를 봄으로써 자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사물인지 과정을 통해서 사물을 변별하고 카드가 붙어 있는 장소를 기억해, 보지 않고도 어디에 그 사물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사물 그림을 덮어 버려도 아이는 사물을 찾아낼 수 있다.
아이는 사물찾기 놀이를 통해서 자꾸 문자를 쳐다보게 되고 문자에 대한 느낌을 갖기 시작한다. 이때 아이는 문자를 사물을 나타내는 또 다른 그림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아이는 추상의 세계인 문자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이 인식 속에는 사물의 구체 이미지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막 토끼를 찾기 위해 문자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문자가 사물을 찾아내는 단서가 되었다.
이제 아이는 ‘나비’라는 문자(아직은 전혀 문자를 모른다)를 찾아가면 나비 그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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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문자를 계속해서 번갈아 보여 주면 아이는 문자가 사물을 가리키는 어떤 기호(신호 체계)임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이 처음 ‘딸기’라는 문자를 사물과 함께 보았을 때 아직 아이 머리 속에는 각 사물의 구체 이미지만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을 뿐 문자는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러다가 문자와 사물을 반복하여 보면서 달라지기 시작한다.
‘딸기’라는 문자를 한번씩 보면서 딸기 그림을 반복해서 찾아낼 때 아이에게는‘딸기’라는 문자가 점차 딸기라는 사물에 대한 하나의 단서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이때 문자는 그 사물을 가리키는 어떤 기호, 즉 신호 체계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동그라미일 수도 있으며, 세모나 네모일 수도 있다.
또한 빨강일 수도 있고 파랑일 수도 있다.
또는 ‘딸기’라는 문자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즉 딸기라는 사물을 나타내는 문자의 느낌이 아이에 따라서 각기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반복해서 자꾸 보게 되면 나중에는 문자만 보고도 그 사물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철저하게 아이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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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문자를 번갈아 보여 주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물찾기 놀이를 반복하면, 아이는 이제 하나의 사물과 하나의 문자가 서로 일 대 일 대응이 된다는 것을 안다.
이것은 다른 여러 사물로 넓혀져 각각의 사물에는 각기 다른, 고유한 신호 체계가 있다는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때도 아이가 보고 있는 문자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문자와는 다른, 다만 어떤 사물 을 찾아가게 하는 신호 체계에 불과하다.
각각의 느낌이 왠지 다르다는 느낌만 있을 뿐이다.
아이에게 처음 ‘사과’라는 문자를 빨강색 펜으로 써서 보여 주었다.
아이는 사과를 무척 좋아해서 금방 알아맞혔는데, 나중에는 빨강색으로 쓴 문자를 전부 사과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특히 자기가 좋아하는 사물과 강렬한 색의 문자가 일 대 일 대응이 되면, 같은 색의 다른 문자도 모두 그 문자와 같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문자를 색을 통해 느끼는 단계에서 점차 형태를 통해 느끼는 단계로 나아가는데 그때가 되면 이런 고집은 사라지게 된다.
아마 아이는 똑같은 색인데 어째서 다른 사물이 숨어 있고, 좀더 나아가면 어째서 다른 느낌을 줄까 하고 고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갈등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아이가 고집하는 색으로만 문자를 보여 주면 형태를 느낄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러므로 아이의 느낌을 인정하면서 적당히 갈등하게 하는 것이 한글 놀이를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아이는 사물에 대한 이미지가 각각 다르듯이 자신이 받아들인 문자의 세계도 각기 다른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때 아이가 조금 혼동하거나 틀리게 지적해도 괜찮다.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일단 문자를 통해서 사물을 보고 또 문자를 가지고 놀려고 하기만 하면 일단계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다음은 반복을 통해서 아이 스스로 변별해 내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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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가지고 놀던 그림책을 보던 아이가 갑자기 그림과 문자를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그 표정이 하도 진지해서 나는 뭔지는 잘 모르지만 아이가 계단을 하나 올랐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뚫어지게 책을 응시한 적은 여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이불을 뒤집어쓰고서 (얇은 이불이라 뒤집어써도 다 보인다) 그림책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아이의 내면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될 것이다.
아이는 드디어 사물을 나타내는 또 다른 모습으로 문자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문자가 아이의 세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 의미 없이 방치되었던 한글이 이제는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이 되기도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이 아이에게 드디어 ‘조용한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이제 아이는 문자에 대한 관심을 출발로 한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해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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